클래식교실

[스크랩] 오펜바흐 - 호프만 이야기

류성련 2010. 6. 10. 01:07

 

 



인간과 전혀 차이가 없는, 이를테면 인간의 의식까지 지닌 완벽한 클론(복제 생명체)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어느 날 어떤 클론과 사랑에 빠진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듯하다. 사실 인간이 유전자의 수수께끼를 해독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아득한 옛날부터 사람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인간을 창조하는 꿈을 꾸어왔고, 그 꿈은 과학자나 소설가들에 의해 로봇, 인조인간, 자동 인형 같은 구체적인 형태로 발전해왔다. 상아 조각상 여인에게 온기를 느낀 그리스 신화의 에피소드를 비틀어 소설로 쓴 호프만은 인간을 창조해보고 싶은 후대 과학자들의 마음속 우상이 아니었을까. 낮에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성실한 법관으로 일하다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한밤중까지 책상 앞에 앉아 <스퀴데리 부인>, <악마의 묘약> 등 엽기적 판타지 소설들을 써내려간 작가 호프만은 작곡과 회화 분야에서도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로서 명작을 남긴 예술의 천재였다. 작가 호프만이 경험한 네 가지 사랑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독일 태생의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1880)의 이 오페라는 오페라 가수 스텔라에게 마음을 빼앗긴 호프만의 현재 상황으로부터 시작된다. 스텔라가 극장에서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를 공연하는 동안 호프만은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술집에 앉아 그곳에 모인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과거 연애 실패담 세 가지를 들려준다 .

 

1 익살스럽고 기하학적인 의상이 돋보인 2002년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 공연. 오른쪽에서 인조인간 올랭피아(브리기테 한)가 노래하고 있다. 2 학생들이 주점에 모여 호프만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 1980년에 장 피에르 포넬이 연출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호프만 이야기> 공연 중. 3 희극 오페라로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풍자한 독일 출신의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

 

그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연인은 ‘인조인간’ 올랭피아. 물리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스팔란차니 박사가 만든 일종의 기계 인형으로, 말을 하는 것은 물론 노래와 춤도 수준급이다. 게다가 악마의 화신인 안경 제조사 코펠리우스가 만든 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완벽한 미녀로 보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짜 살아 있는 인간이라고 믿게 만든다. 이 에피소드에서 박사의 조수로 등장하는 호프만은 올랭피아를 보고 한눈에 반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로봇을 살아 있는 여성으로 알고 사랑에 빠진 것. 그러나 이 사랑은 주변의 시기와 농간으로 인해 호프만에게 엄청난 환멸만 남긴 채 끝나고, 올랭피아는 산산조각이 난다. 요즘 오페라 연출가들은 인조인간인 올랭피아를 남자들이 구입해 즐기는 실물 크기의 ‘섹스용 인형’으로 코믹하게 바꿔놓기도 한다. 완벽한 외모로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올랭피아가 사람이 아닌 인형이었다는 사실을 통해 오펜바흐는 화려한 성악적 기교와 요란한 눈요기로 승부하던 당시 바로크 오페라를 풍자적으로 보여주려 했지만, 요즘 관객은 이 에피소드의 주제를 ‘성형 미인에 속지 말자’라고 간단히 요약하기도 한다. 호프만의 두 번째 연인이었던 안토니아는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서 빼어난 목소리와 함께 폐결핵을 물려받았다. 병 때문에 노래를 불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안 호프만은 그녀의 보호자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악마 같은 주치의의 교묘한 부추김으로 안토니아는 피를 토할 때까지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다가 호프만의 품에 안겨 죽고 만다. 스스로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중독되어 있는 그녀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남을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여성은 베네치아를 주름잡는 매춘부 줄리에타. 그녀와 즐기고 싶으면 우선 악마에게 영혼을 내주어야 한다. 줄리에타는 뮤즈와 함께 ‘아름다운 밤, 사랑의 밤이여’라는 아름다운 듀엣(일명 ‘호프만의 뱃노래’)을 부르며 호프만을 유혹하는데, 이 유명한 노래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도 나온다. 호프만은 줄리에타의 방 열쇠를 얻으려고 결투를 벌여 그녀의 옛 애인을 죽이기까지 하지만, 줄리에타는 그런 호프만을 비웃으며 악마와 함께 사라져버린다. 줄리에타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성을 유혹하고 파멸시킨다는 ‘팜파탈’의 전형이다. 이전의 오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시대의 여성상이다. 마침내 오페라 공연이 끝나고 호프만 앞에 나타난 현재의 연인 스텔라. 그러나 호프만은 이야기를 하면서 마신 술에 취해 그녀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그런 그에게 짜증이 난 스텔라는 부유한 신사의 팔짱을 끼고 떠나버린다. 이번에는 가난 대신 경제력 있는 남자를 택하는 현실주의적인 여성상을 보여준 셈이다.

이 오페라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친구로서 호프만을 따라다니며 그에게 조언을 하고 걱정해주는 인물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 세 번의 사랑을 모두 잃고 쓰디쓴 환멸만을 얻은 호프만에게 뮤즈는 “예술가는 언제나 사랑에 실패하지만, 그 열정의 체험으로 더 좋은 작품을 창조하게 된다”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재기 넘치는 멜로디와 리듬, 타고난 풍자의 재능으로 ‘샹젤리제의 모차르트’라고 불렸던 오펜바흐지만 유명한 작품은 오페라 <지옥에 간 오르페우스>에 나오는 ‘지옥의 춤’뿐인데, 바로 ‘캉캉’춤의 반주곡으로 너무나 유명한 음악이다(우리나라에서는 진달래꽃을 이고 팔러 온 꽃처녀…’라는 가사로 부른다). 이외에도 그의 작품인 <푸른 수염>, <아름다운 헬레나>, <지옥에 간 오르페우스> 등은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는 희극적인 상황과 대사로 가득 차 있어 그냥 지나치기에는 정말 아까운 작품이다. <호프만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네 명의 여주인공은 능력, 미모, 열정, 관능적 매력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 실재 인물이 아니라 결국 남성의 환상이 창조한 비현실적인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 네 명이 오페라의 역사를 차례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각각의 에피소드가 인생의 꿈과 망상과 좌절을 주제로 삼으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리 어둡지 않다. <호프만 이야기>는 우리가 삶에서 어떤 일을 겪느냐보다는 어떤 마음과 태도로 그 일들을 겪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이 덜 외로울지, 사람의 말을 할 줄 하는 로봇을 데리고 사는 것이 덜 외로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소프라노 루치아 알베르티가 스텔라, 올랭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 역을 모두 맡은 1985년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 공연. 베네치아의 가면 무도회 장면

독일 공영 방송국 ZDF에서 제작한 오페라 필름 <호프만 이야기>에 출연한 1960년대의 유혹적인 소프라노 실비아 게슈티(줄리에타 역)와 호프만 역의 욘 피소

Belle Nuit, O Nuit D'amour



♬ 오펜바흐 / 호프만이야기 中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이여


Les Contes D'hoffmann 中
"Belle Nuit, O Nuit D'amour"

[Jacques Offenbach, 1819~1880]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이여.
우리 기쁨을 향해 미소 지어라.
밤은 낮보다 달콤한 것.

오! 사랑스런 밤.
시간이 흐르면
서로를 애무하던 이 추억도
기억 저 너머로 흘러가겠지.
이곳에서 아주 먼 곳으로


부드러운 산들바람이여!
애무하는 듯한 그대 숨결을
우리에게 보내 주오.
그리고 키스해 주오.

아! 아름다운 밤이여.
오! 사랑의 밤이여.


♬ Les Contes D'hoffmann 中 Belle Nuit, O Nuit D'am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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