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자료교실

[스크랩] 신구약 성서의 정전 형성과 외경

류성련 2010. 7. 30. 16:13

 

정전正典(경전經典, 정경正經, 그리스어 Kanon)이란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된 책으로 신앙인의 삶과 신앙에 규범이 되는 책을 말한다. 예수승천 이후 사도시대부터 그분의 말씀과 행적이 구전과 문헌을 통해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었는데, 서기 2세기 이후 영지주의 같은 이단적 사조들이 등장함에 따라 대략 2세기 중엽에 전통(성전)을 바탕으로 경전 기준을 정하려는 합의가 처음 이루어졌다(H.R.Drobner). 교회는 어떤 책이 신앙에 대한 확실한 진리를 담고 있고 성서로 존경받기에 알맞으며 공개적으로 선포될 수 있는가를 사도적 권위로 확정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경전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루어진 것이지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또한 결정된 경전이 그분의 삶이나 가르침과 행적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한 것도 아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에른스트 다스만Ernst Dassmann. 요한 21,25; 사도 20,35; 골로 4,16; 루가 1,1 참조). 4세기에 이르러서야 27권이 마침내 경전으로 확정되지만 이러한 과정은 2세기 말에 대략 정해졌으며, 그때까지 경전으로 여긴 책들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무라토리 목록은 거의 최종적인 꼴을 갖추고 있는 신약 경전목록을 처음으로 증언한다. 이 목록은 경전이 유권적으로 결정되기 전인 서기 200년경의 것이지만, 1740년 루드비코 안토니오 무라토리Ludovico Antonio Muratori라는 사람이 발견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으며, 신약 27권 가운데 22권이 정전으로 실려 있다.

 

 

무라토리 목록

 

 

최종적으로 확정된 신약 경전목록 27권을 처음으로 전하는 문헌은 성 아타나시오가 서기 367년에 쓴 제39차 부활축일 서간이며, 382년 다마소 교황의 주관으로 열린 로마 교회회의에서 나온 겔라시아누스 교령Decretum Gelasianum과 393년 북아프리카 히포레기우스에서 열린 교회회의의 기록도 이를 전하고 있다. 신약 경전이 확정되면서 구약 경전을 결정하는 문제가 필연적으로 대두되었다. 디아스포라 지역의 유다교와 초기 그리스도교는 그리스어로 번역된 70인역을 공식 성경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P.Gironi; H.R.Drobner), 서기 90-110년경 유대교 재건을 위해 얌니아에 모인 유다교 바리사이와 율사들은, 자신들이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예수님이 그리스도라고 선포하며 70인역을 인용하여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졌다"고 하는 그리스도교를 원천적으로 막고자 하였고(→특히 바오로 사도는 구약 본문을 모두 70인역에서 인용함), 이를 위해 자칭 '계시의 언어'라는 히브리어의 사본이 없다는 이유로 70인역 성서를 배척하며 유대교 경전을 결정하였다(→참고로 히브리어 사본들은 오랜 세월이 흘러 쿰란 등에서 발견된다. 쿰란 에세네파는 가지고 있었는데 바리사이들은 왜 히브리어 사본이 없었는지??). 그러나 그리스도교 입장에서는 그리스도교를 단죄하며 랍비 중심의 유대교 재건을 바라는 그러한 논리에 동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서기 393년 히포 교회회의와 397년 카르타고 교회회의에서 성 아우구스티노와 아프리카 교회의 관습을 따라 46권을 구약 경전으로 받아들였다(P.Gironi). 또한 16세기에 이르러 종교혁명 시기에도 일부 교회이탈자들이 특정 교설들(예:오직 믿음Sola Fide과 행위무용론, 연옥무존재설 등)을 들고 나옴으로써 정전 문제를 포함한 여러 신학적 문제가 제기된 바 있으나,1) 1546년 트리엔트 공의회는 성서와 채택된 성전에 관한 교령Decretum de libris sacris et de traditionibus recipiendis(DH 1501)을 통해 신구약의 경전 목록을 과거와 변함없이 재차 확인(새로 승인)하였다.

   

1) 프로테스탄트는 그리스도교를 저주했던 유대교의 얌니아 결정에는 따르나 경전에서 제외하는 이유는 다르다. 당시 바리사이와 율사 중심의 유대교는 히브리어 사본의 존재 여부를 기준으로 경전을 결정했으며, 16세기 프로테스탄트들처럼 행위무용론이라든지 연옥무존재설 등의 교설들에 맞추어 제외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옥은 성경에도 근거구절이 있지만 이보다 먼저 구약 유다교에서 비롯하는 성전聖傳이며, 또한 구약 백성들은 믿음의 응답으로서의 행위를 중시하였다. 프로테스탄트의 교설을 연옥교리와 관련지어 보면, 오직 마음으로 믿으면 의롭다고 칭해져서(이신칭의) 설사 어떠한 죄를 짓더라도 면죄되어 죄의 가리움을 받게 될 뿐 아니라, 도리어 하느님의 말씀에 자발적으로 응답하여 따르는 행위는 자기 의義를 세우는 것으로, 이러한 자기 의를 세우는 행실적인 노력없이 마음속 믿음으로 의롭다고 칭해져 천국행이 되는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지옥이라는 식의 논리이므로(→이러한 논리는 보속 등이 없는 면죄부와 무임승차권Free Pass을 연상시키는 그릇된 구원론으로 망상妄想이다), 완전함 내지 성화聖化를 향해 마지막 렙톤까지 갚아야 한다는 식의 보속이라든지 정화 등의 개념은, 말씀의 유비를 고려하지 않고 로마서 등의 성서 한두 권에서 그릇 해석하여 뽑아낸 교설에는 들어맞지 않게 되는데, 이에 따라 유대교가 배제한 상기 7권을 성경에서 임의로 빼어 버리는 이유가 된 것 같다. 즉 성서를 그대로 두고 다른 성서와의 유비적 관계 속에서 교리를 뽑아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특정 성서에서 만든 교설에 따라 이에 어긋나는 성서는 빼어 없애버린 것이다(루터는 행위를 중시하는 야고보서까지 허수아비 편지라며 제외시킨 적이 있다). 한편 프로테스탄트와의 관계에서 제2경전이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하는데(예:공동번역 성서) 정경이면 정경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며, 한 가지라도 기준에 어긋나면 외경이 되는 것이지 두 번째 경전이라는 말은 부적절한 용어이다. 이 용어는 성 예로니모가 70인역을 배척하는 유대교와 대화를 시도하려 했던 것이나, 또 얌니아에서 결정된 유대교 경전 분류를 따르는 프로테스탄트와의 대화를 시도하며 함께 멍에를 매고자 했던 노력들이 남긴 오점일 뿐으로 보인다. 두 번째 경전이란 것은 원래 없으며 경전이란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성경 자체를 말한다. 한편 행위무용론과 관련해서는, 바울로 사도께서 로마서나 갈라디아서 등의 서간에서 말하는 '행위'는 구약 유다율법을 자구적으로 준수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며(율법주의), 모든 서간의 뒷부분 훈계에서 언급하는 선행이나 사랑의 실천 등의 행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예수님께서 서로 사랑하라(요한 13,34; 14,23)고 하신 그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님은 두말할 것이 없다. 만일 바울로 사도가 말하는 '행위'에 예수님에 의해 완성된 율법으로서의 새로운 계명까지 포함되는 것이라면 바울로 사도는 이미 사도가 아니라 이단자가 되었을 것이다. 사도가 사용하는 '행위'라는 용어는 영으로 계시하실 메시아가 오기 전까지, 인류 구원을 위한 현세적 차원의 계시를 위해 선택하신 구약 이스라엘 백성에게 적용되는 임시적 한정적 규율로서의 유다율법을 지키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사도께서 신명기 18,15절 등에 근거하여 이러한 구약율법 준수행위를 책망하는 구절을 근거로, 예수께서 죽기까지의 순종으로 몸소 보여주시며 행하라(=따르라. 마태 19,21; 마르 8,34; 요한 13,15; 1베드 2,21) 하신 계명을 뒤로 내팽겨치는 태도는 신앙과 은총에 대한 그릇된 해석과 이해로 인해 구원문제에 있어 간과할 수 없는 오류에 빠진 것이며, 심지어 그리스도를 거부하며 적대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구원과 행위가 서로 무관하다는 행위무용론은 수행적 삶을 중시하는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 등의 그리스도교뿐만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등 어느 고등종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외경 Apocrypha


한편 그리스도교는 작품의 제목, 내용, 형태에서 신약성경과 관계가 있고 사도적 권위에 알맞지만 영감성, 보편규범성, 사도성 등의 여러 기준에 비추어 경전에 속하지 않는 모든 작품들을 외경Apocriphae이라고 부른다(프로테스탄트는 가톨릭 경전이면서 유대교 경전에서 빠진 구약 7권을 외경이라 하고, 가톨릭교회에서 외경으로 부르는 책은 위경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서 이러한 분류는 고려하지 않는다). 많은 외경은 교회의 신학, 경건 내지 윤리, 특히 동정 마리아론에 대한 믿을 만한 내용을 실고 있다. 그러나 외경은 전체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꾸민 이야기들과 이해할 수 없는 기적사화들로 가득차 있고, 특정 이단사조를 퍼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많으며, 경전과 같은 확실성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경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H.R.Drobner). 그렇지만 전승과정에서 구속력 없이 유포된 예수님과 사도들의 언행이 아그라파와 외경 구절에 보존되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해서는 안 된다(에른스트 다스만). 외경에 관한 현대 비판적 연구들은 외경들이 경전을 보완하는 많은 내용을 추가적으로 담고 있으며, 지리학이나 고고학, 환경 전반에 대해 괄목할만한 가치가 있고 비록 지엽적인 내용이더라도 일종의 영적 독서로 취급할 만한 내용임을 알려준다(P.Gironi). 이들 책들은 유다교와 초대교회의 이해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료이며, 인용된 구절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구절이라도 신약성경의 해석 등에 도움을 준다(예: 묵시록에서 상징의 해석 등)


구약 외경은 마카베오 항쟁에 의한 그리스로부터 유다민족의 독립시기인 기원전 2세기경부터 서기 1세기까지 나온 문서들로 중간시기 문학이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말 그대로 구약과 신약의 중간에 위치하는 작품들이다. 종류로는 에녹이라는 성서인물 중심의 묵시문학인 에녹서, 성경에서의 뜻깊은 사건과 그 일자 등을 기록한 일종의 성서주석서로서의 희년서, 묵시록 성격의 책으로 우울하고 비관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에즈라 4서, 야곱의 12아들의 유언을 담고 있는 12성조의 유언, 에즈라 4서와 유사하나 염세론에 가득 차 있지는 않고 고난받는 종으로서의 메시아의 수난을 높이 평가하는 바룩의 묵시록(→제2,3바룩서를 말하며 1바룩서는 정경임), 고통과 구원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알려져 있는 마카베오 3서, 경건한 이성의 탁월성 및 순교 이야기를 다룬 마카베오 4서(→마카베오 1,2서는 가톨릭 정경이며 그리스정교회 등은 3서까지 정경으로 인정함), 하느님께서 다윗을 선택하고 보호하신 내용의 시편 151장, 회개하는 죄인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는 므나쎄의 기도(→비록 정경은 아니지만 동방교회들은 이 기도를 권위 있는 기도로 받아들인다고 함), 신약 유다서 9절에 인용된 모세승천기 등 대략 50여 권이 넘는 책이 있다.

 

 

 

에티오피아 에녹서 ↑ 에즈라서 ↓

 

 

  

신약 외경도 수가 많은데 복음서, 행전, 서간, 묵시록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먼저, 복음서에는 필립보 복음, 베드로 복음, 히브리인들의 복음 또는 에비온파복음, 야고보의 원복음2), 토마복음Thomas Evangelium(→114편의 예수님의 말씀이 실린 단화록으로, 최근 이슈가 되었던 책이며, 영지주의적 경향을 띠고 있다), 니고데모 복음, 나자렛파 복음, 유년기 복음, 假마태오 복음, 토마의 유년설화(→예수께서 12살에 성전에 가기까지의 유년기를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볼 때 거짓으로 보인다), 가말리엘 복음, 바르톨로메오 복음, 구세주와의 대화, 프리어-로기온Freer-Logion, 야고보의 편지와 두 묵시록, 피스티스 소피아Pistis Sophia, 여러 파피루스에 쓰인 단편과 단화 가운데 구전으로 전해진 아그라파 등이 있다. 두 번째로, 행전에는 베드로 행전Acta Petri(→외경 행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베드로 사도의 로마 선교 및 순교 이야기이며 유명한 쿼바디스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사도의 로마 순교는 이 책뿐 아니라 베르첼렌수스 행전이나 여러 동방문헌에서도 따로 전해진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blog.daum.net/_blog/BlogView.do?blogid=0IDRC&articleno=461639&categoryId=102092 참고), 바오로 행전, 요한 행전, 토마 행전, 안드레아 행전, 필립보 행전 등이 있다. 세 번째로, 서간에는 아브갈왕이 예수께 보낸 편지, 바르나바의 편지3), 사도들의 편지(→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제자들이 나눈 대화를 기록한 것으로 정통신앙에 입각한 책이며 경전성을 띠고 있다. 문학 형식이나 내용상 복음서로 분류되기도 한다), 라오디게이아인들에게 보낸 편지(골로 4,16), 바오로가 세네카에게 보낸 편지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묵시록에는 베드로 묵시록, 바울로 묵시록, 이사야 승천기, 헤르마스의 목자Pasteur d'Hermas(→경전과 다름없는 책인데 참회 문제를 뒷받침하는 예수님과 사도들의 말이 인용되지 않아 경전에서 제외된 것 같다. 에른스트 다스만. 작품의 주요 주제는 회개이다), 토마의 묵시록 등이 있다.


2) 야고보의 원복음Protevangelium Jacobi은 경전성을 띠고 있으나 정전 결정시 제외되었다. 오늘날에도 정전으로 생각하는 학자들이 있다. 예수님 탄생사건을 교화적 이야기로 담담하게 전하는 책으로 경전 복음서를 보충하는 외경으로서 가치가 높고 특히 동정 마리아에 대한 초대 그리스도교의 경건성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책이다. 본문 일부(9장)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사제가 요셉에게 말했다. 요셉, 당신은 주님의 동정녀를 돌볼 몫을 받았소. 그녀를 돌보아 주시오. 요셉은 사제에게 대답했다. 저는 이미 아들들이 있고 늙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젊은 처녀입니다. 제가 이스라엘 주민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한참 주저한 뒤 요셉은 이렇게 말하면서 마리아를 받아들였다. 마리아, 나는 그대를 주님의 성전에서 맞아들였고 이제 내 집에 묵으시오, 나는 건축일을 계속해야 하오. 그 뒤 나는 그대에게 다시 돌아오겠소. 주님께서 그대를 지켜 주시기를 바라오."(Schneemelcher, Apokryphen 1,342)

 


 

야고보의 원복음 Protevangelium Jacobi 

 

 

 

토마복음 Thomas Evangelium

 

 

 

베드로 행전 Acta Petri 

 

 

3) 바르나바의 편지The Epistle of Barnabas는 많은 지역에서 경전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으나 구약계약 인정여부 등과 관련하여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육적 차원에서 구약율법을 자구적으로 해석하는 유다 율법주의를 과감히 배제한 작품으로, 이 책이 취한 우의적 방법에 의한 영적인 해석은 바오로 사도에게 기원하며 이후 오리게네스로 이어진다. 오늘날 광신적 근본주의로 일컬어지며 우려를 자아내는 미국계 일부 프로테스탄트들은 구약 바리사이들처럼 구약을 역사적 과학적으로 한 점 오류가 없다며 율법주의 입장에서 자구적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에덴에서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거짓과 모순으로 만들고자 하는 어둠의 술책에 의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바르나바의 편지 The Epistle of Barnabas 

 

 

헤르마스의 목자 Shepherd of Hermas

 

 

 

헤르마스의 목자 Pasteur d'Hermas


  

참고문헌. 교부학(H.R.드롭너, 하성수 옮김, 분도출판사), PER LEGGERE LA BIBBIA(P.지로니), 교회사(에른스트 다스만, 분도출판사), 구약성서의 외경 입문(박요한 영식 옮김, 성바오로), 가톨릭 대사전(한국교회사 연구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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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phjyoha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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