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교실

[스크랩] 영화 `미션` & 아리엘 라미레츠: `미사 크리올라` (호세 카레라스, 메르세데스 소사)

류성련 2010. 8. 24. 19:28

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인생

    영화, 미션(The Mission) 감독 : 롤랑 조페 (1986) 출연 : 로버트 드니로, 제레미 아이언스, 레이 맥아널리 음악 : 엔니오 모리꼬네 <- 가브리엘 신부의 오보에 (맨아래 주제곡들이 더 있슴)

    미션(The Mission) - 영화 본지가 하도 오래돼서, 이제 그 스토리까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가끔 듣는 영화음악의 명장 - 엔니오 모리꼬네의 주제곡들 덕분에 그래도 이 영화를 잊지는 않고 있다. 남미의 밀림 원주민에게 선교하러 들어간 가브리엘 신부(제레미 아이언스)가 선교보다 우선하여 원주민의 친밀감 확보를 위해 처음 시도한 방법이 바로 음악이다. 이과수 폭포 아래서 흠뻑 젖은 채 원주민의 주의를 끌려고 이 곡을 오보에로 불던, 약간 겁먹은 듯한 신부의 모습.. 다들 기억하시리라. 당시 남미에 좀 더 많은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백인들 간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여러가지로 복잡했던 종교,정치상황 가운데서도 오로지 원주민 선교를 위해 온 몸을 바치던 젊은 신부가 끝내 원주민 마을을 습격한 군대에게 비폭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죽어가는 영화였다. 지금의 나에게는 이 영화가 전하고자했던 숭엄하고 정의로운 종교,사회적인 메시지 보다는 가브리엘 신부 개인이 끊임없이 시도했던 - 음악을 통한 원주민과의 유대감 확보와 그들의 심령 순화에 기울였던 노력, 그리고 원주민들이 그들에게는 낮설기만 한 서양의 神-여호와와 그 신을 찬양하는 생소한 음악을 대할 때 보여줬던 순박한 심성의 묘사가 훨씬 더 또렷이 남아있다. 약간 즉물적인 내 취향에서일까? 복잡한 것을 통찰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지구 어느 곳에 음악 없는 곳, 음악 없었던 때가 있던가? 전쟁터에서는 군악대의 진격나팔이 젊은 병사들의 피를 끓게하고, 동동구리무 장수는 북치고 하모니카 불면서 장터에 나서며, 도시의 번잡스러운 퇴근길을 힘겹게 기어가는 전신장애인조차 애절한 노래로서 구걸을 해야한다. 교회에서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음악선교라는 분야를 따로 관리할 만큼 그 비중이 크다. 불교음악 또한 나는 기껏 범패,법고 정도 밖에 되지않는 걸로 알았는데, '찬불가'라는 서양 형식의 새로운 음악이 정착되어 대중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들었다. 이렇게 각 종교마다 음악 선교에 비중을 두는 이유를, 교회도 잘 안나가고 또 불교행사라고는 아직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내가 감히 언급한다는 것이 좀 건방져 보일지 모르지만, '종교심'이라는 것도 결국은 속세의 여러 인간사처럼 어느 정도 '감성'에 기초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것은 다분히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이다. '느낌만의 크리스챤' - - 이 말은 어려서부터 남달리 기독교와 가까이 접해왔던 내가 스스로의 신앙을 분류하는 표현이다. 그 까닭은 인간 정신활동에 있어서 모든 것은 '깨달음' 보다는 '느낌'이 선행한다는 생각이고, 그 느낌이 정리되어 가면서야 비로소 성숙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Ariel Ramirez : La Misa Criolla Jose Carreras, tenor Coral Salve de Laredo, Sociedad Coral de Bilbao, Damian Sanchez Dirigent: Jose Luis Ocejo <- 1. Kyrie (Vidala-babuala) <- 2. Gloria (Carnavalito - Yaravi) <- 3. Credo (Chacarera Trunca) <- 4. Sanctus (Carnaval Cochabambino) <- 5. Angus Dei (Estilo Pampeano) 그런데 한 10년 전에 별스런 카톨릭 미사곡을 들었다. 그레고리안 성가로 부터 바흐,모차르트, 슈베르트,부르크너 등의 고전적 기법으로 작곡되어 온 엄숙한 성당 분위기의 미사곡만 듣다가, 남미의 민속악기가 쿵쾅거리고 노래가사도 라틴어가 아닌 이상한 말로 쏼라쏼라 부르던 미사곡이었다. 그 곡이 바로 아르헨티나의 '아리엘 라미레츠'가 만든 `미사 크리올라`라는 곡이다. 호세 카레라스가 솔리스트로 나와서 생소함이 좀 덜어질 수 있었지만, 상당히 낮선 것이 사실이었다. 처음 시작부터 아마존의 밀림에서나 들을 수 있음직한 육중한 북소리로 시작하는 것이 이 미사곡이 결코 예사스럽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듯 하다. 들어보시라. 비단결 처럼 부드럽고 감미로운 호세 카레라스의 美聲이 정말 장난이 아니라고 느껴지시리라. 여자는 교회에서 노래부르면 안된다고 어린 머스마들 불알을 까면서 까지 여자 목소리로 노래 시키던 그 근엄한 카톨릭에서 어떻게 이런 파격적인 미사곡이 나올 수 있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세상이 개방과 화합, 즉 퓨전이란 짬뽕으로 가기 때문이다. 우스운 얘기 하나 하자. 죽었다 다시 깨어난 사람을 보고 저승이 어떻더냐고 물으니 조선의 크리스챤 왈, - 병풍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무릉도원에 정자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하얀 한복을 차려입고 한가롭게 부채질을 하던 풍채 좋은 베드로가 나를 반겨주었다 - 아메리카의 크리스챤 왈, - 끝없이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고 멀리서 말을 타고 온 카우보이 차림의 베드로가 날 반겨주었다 - ㅋ ㅋ 인간은 자신의 이승에서의 경험과 환경을 죽어서도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일까? 미사 크리올라 처럼 각 민족의 민속악기와 특유의 리듬,언어로 미사곡을 만들어 부른다 한들, 과연 예수님이 고개 돌리실까? 베드로가 싸가지 없다고 나무랠까? 아마 별 일 없으리라 본다. 그러니 저마다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로 찬양해야 마땅하다. 종교음악뿐 아니라 聖畵도 마찬가지다. 운보의 그림처럼 우리나라에 임하는 예수님은 두루마기에 갓을 쓰신 모습이 훨씬 더 친숙하게 느껴지고 또 가슴에 와닿는 '눈높이 예수'란 말이다. 작년에 타계한 박동진 명창이 성경을 판소리로 각색해서 완창했다는데, 언제고 꼭 한 번쯤 들어보고 싶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암 그렇구 말구.... 박동진 명창은 성경을 완창해 남긴 그 업적만으로도 명창으로 존경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또 색다른 미사 크리올라를 들었다. 이번에는 아르헨티나의 반체제 민중가수인 '메르세데스 소사'라는 여자가 노래하고 있었는데.. 이 여자, 가만 보니 대단한 여자다. 우리나라에서도 김민기를 비롯한 민중가수들이 한 때 군부독재로 부터 탄압 받았던 시절이 있듯이 이 여자도 페론 부부 이후에 들어선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에 무지 탄압을 받았단다. 그것도 방송금지 정도뿐 아니라 폭탄테러 위협으로 콘서트가 무산되고, 토지개혁을 주장하는 선동적인 노래를 불러서 투옥되는 등, 온갖 고초를 다 겪다가 결국 1979년에 서구로 망명했고 그 후에도 꾸준히 반정부 공연을 계속해 온 깡다구 있는 아티스트라는 거다. 어찌 보면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의 민중들도 참 불쌍한 사람들이다. 중세때는 유럽제국으로 부터 갖은 수탈과 수모를 당하고 근,현대에 들어서도 新식민지적 정치경제 구조 아래에서 피압과 좌절을 빠짐없이 겪어야 했으니 말이다. '해방신학'이라는 혁신적 민중신학이 등장하여 1960년대 초부터 "교회가 제 3세계의 수탈과 피압의 현실을 타개하는데 발벗고 나서야한다"고 주장한 것도, 바로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그런 암울한 현실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미사 크리올라가 작곡되고 메르세데스 소사가 활동한 것이 바로 해방신학이 싹틀 그 무렵이라는 것. 이러한 해방신학의 출현과 반체제 민중가수의 활동은, 일견 영화 미션의 시대적 배경과 상당히 닮아있다는 느낌이다. 메르세데스 소사가 부르는 미사 크리올라의 그 토속적 음악성에서, 가브리엘 신부가 달랑 오보에만 들고 밀림에 들어가서 노예로 잡혀가며 핍박당하던 원주민을 위하여 인권보호와 선교에 헌신했던 스토리가 떠오르고, 원주민들이 북치고 피리불면서 미사를 올리던 미션의 오래전 영화장면들이 슬그머니 연상되더라는 거다. 그 덕분에 종교,경제,민중,자유같은 우리들 외부적 삶을 이루는 중요한 문제들을 잠깐 생각해 볼 수 있었지만, 내가 더 이상 뭘 알겠는가. 또 혹시 안다고 한들 그런 생각들을 풀어놓아서 무엇이 어떻게 유익하다는 것인가. 다른 건 몰라도 그냥 미사 크리올라가 멋진 음악, 여러모로 뜻깊은 민중음악이라는 것만을 얘기하자. 먼저 얘기한 대로 세상이 화합과 짬뽕으로 가는 요즘에 숭엄한 종교가 세속과 화합(?)하는 퓨전을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좀 싸가지 없는 생각일까? 그래.. 그냥 음악이나 듣자.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해골통은 '깨달음' 보다는 '느낌'으로 먼저 반응하게끔 조물주께서 설계하셨고, 또 음악은 들어서 느끼는 거니깐.... Ariel Ramirez : La Misa Criolla Soloist: Mercedes Sosa <- 1. Kyrie (vidala-babuala) <- 2. Gloria (carnavalito - Yaravó) <- 6. La Anunciación (chamamé) <- 8. El Nacimiento (vidala Catamarquena) <- 9. Los Pastores (chaya Riojana)

The Mission 주제곡과 편곡 연주 몇 곡 <- On Earth As It Is In Heaven <- Ave Maria Guarani <- Gabriel's Oboe : Yo-Yo Ma, cello <- Gabriel's aria : Angele Dubeau, violin <- Nella Fantasia : Chloe Agnew, vocal 영화 OST에서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녹음한 데이빗 에그뉴라는 오보에 연주자의 딸이 노래함

출처 : 오직 주만
글쓴이 : Fuj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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