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대상관계 이론의 기원
1. 자아심리학의 기원
1) 프로이트가 성적 외상을 신경증의 원인으로 보는 견해를 포기하고 그 원인을 내생적 욕동에서 찾기 시작하면서 정신분석 이론은 정신의 내적 작업에 대한 고찰로 옮겨갔다. 프로이트는 정신병리를 일으키는 세력으로서의 타고난 욕동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결국 이런 초점을 일반적인 인격발달로 확장시켰다. 이 욕동모델은 인간 행동의 동기는 생물학적 욕동의 압력에서 비롯된다. 생물학적 욕동은 심리적 기능을 작동시키는 소망의 형태로 심리적 표현을 획득한다. 이 모델에서 정신병리는 외적 외성의 기억이 아니라 소망의 억압에 기인한다. 심인성 갈등은 의식적 사고에 대한 전의식의 검열과 본능 만족에 대한 무의식적 소망 사이에 있다. 무의식적 소망의 위장된 표현이 억압 장벽을 뚫고 터져나 올 때 증상이 나타난다.
2)프로이트는 무의식-전의식-의식이라는 지형학적 모델에서 자아-원본능-초자아라는 구조 모델을 덧붙이게 된다. 억압 기제로 구성되어 있는 자아는 대체로 무의식적이다. 그리고 수용할 수 없는 소망에 대한 억압을 일으키는 도덕체계인 초자아는 의식적 구성요소인 양심과 무의식적 구성 요소인 죄책감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런 구조적 모델에서 볼때 심리학적 갈등은 무의식과 의식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나 초자아 또는 원본능의 무의식적 요소들 사이에서 발생하게 된다. 정신병리는 초자아에 의해 의식에서 차단된 원본능 내용과 자아의 방어 기제 사이에서 일어나는 타협의 산물이다. 프로이트의 사고는 정신분석 이론과 실제에서 욕동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췄던 것에서부터 그것에 반대하는 힘에 대한 강조로 바뀌었다.
3)이런 이론적 변화들로 인해 자아는 이제 정신 기능의 중심적 역할을 맡게 되었다. 욕동의 만족에 가해지는 현실의 압박 뿐 아니라 방출 소망에 근거한 욕동의 압력을 관리할 수 있는 자아의 능력에 따라 인격의 건강이나 병리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자아는 욕동 방출에 반대하는 부가적인 압력으로 작용하는 내부로부터 오는 도덕적 제약(초자아의 형태로)을 다루어야한다. 갈등을 일으키는 원본능과 현실 그리고 초자아의 요구를 다룰 수 있는 자아의 힘/능력은 이제 정신건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자아가 이것들 사이의 균형을 성취하지 못하는 정도에 따라 인격의 병리가 결정된다. 자아심리학은 모든 정신병리에 자아의 기능을 포함시킨다
4)프로이트는 본래 리비도를 억압한 결과 불안이 생긴다고 보았지만 이제 그는 불안을 자아의 경고 신호로 재개념화 하였다. 수용될 수 없는 소망으로부터 오는 위험을 감지할 때 자아는 불안을 느낀다. 구조 모델의 관점에서 불안은 억압의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억압을 유발시키고 다른 방어들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5)구조 모델은 심리조직이라는 개념을 낳았다. 자아는 단순히 정신기제들로 구성된 집단이 아니라 응집적인 조직체이다. 이것의 과제는 원본능과 초자아 사이의 경쟁적인 압력을 지배하고 현실과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모든 동기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욕동의 만족과 대립되는 심리조직 즉 구조화된 자아를 설명해야만 했다. 프로이트 입장에서 자아는 욕동 좌절에서부터 발달한다. 단순한 욕동 만족은 심지어 최고의 환경에서조차도 결코 아이가 원하는 것의 전부가 아니다. 결국에는 어머니와의 전오이디프스적 유대가 포기되고, 나중에는 오이디푸스 대상이 포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이런 초기 대상들의 상실로 인해 아이는 대리물, 즉 포기된 아동기 대상을 대신하는 부모의 심리적 표상을 세울 수 밖에 없다. 현실에서 어머니와의 초기 애착이 포기되는 과정에서 어머니는 심리적 대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어머니 대상에 대한 리비도 집중은 어머니와의 동일시로 대체된다. 프로이트가 동일시 과정의 절정기라고 생각한 오이디푸스 에 아이는 이성 부모에 대한 갈망을 포기하고 동성 부모와의 동일시를 강화하던지 아니면 상실에 대한 반응으로 이성 부모와 동일시하게 된다. 이런 동일시는 개인의 성적 동일시를 결정할 것이고 그와 동시에 초자아-자아 이상을 형성 할 것이다. 아동기 대상의 포기는 결과적으로 자아 구조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동일시를 발생시킨다.
6) 프로이트 이론에서 본능 만족을 위해 원본능은 유기체로 하여금 대상과의 접촉을 추구하게 만든다. 현실이 이런 대상들을 포기하도록 강요할 때 그 대상들은 동일시를 통해 안으로 들여지고, 그 결과로 자아의 기초를 형성한다. 따라서 자아는 원본능 소망의 좌절로부터 발달하는 것으로서, 현실이 원본능에게 포기하도록 강요한 대상들처럼 됨으로써 형성된다. 마찬가지로 초자아는 원본능이 포기한 대상에 대한 리비도 집중으로 이루어진 구조이다. 또한 그것은 원본능의 대상 선택에 대한 도덕적 반대의 형태로 이루어진 반동형성이다. 따라서 자아와 초자아 모두는 이전에 리비도가 집중되었던 대상들이 내면화됨으로써 형성된다.
2. 고전적 자아심리학자들
자아의 중요성과 자아발달의 기제들에 관한 프로이트의 선구적인 제안들을 기초로 하여 자아심리학은 자아 개념을 프로이트보다 훨씬 더 확장시켰다.
◉안나 프로이트: 소망을 무의식적인 것으로 유지하기 위해 자아가 사용하는 다양한 방어기제들을 열거하면서 그것들은 분석과정에서 저항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정신분석 치료를 자아 기제들과 원본능 소망에 똑같이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발달과 정신병리에 대한 정신분석적 평가에 자아 기능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구조 모델을 심화시켰다.
◉하트만: 자아가 사용하는 어떤 기제들, 즉 지각과 운동성 그리고 기억 같은 기제들은 좌절에서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발달하는 기능이라고 지적했다. 그것을 ‘일차적 자아 자율성의 기구’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나중에 필수적인 자아기능으로 통합된다고 보았다. 자아기능이 출생시부터 존재하며 갈등과 상관없이 비롯되는 것이기에 자아가 원본능에서 발달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자아와 원본능은 둘 다 분화되지 않은 모체로부터 점차 발달하여 각각 분리된 체계가 된다. 이런 개념은 프로이트 이론의 특징인 원본능에 대한 자아의 본래적 의존을 없애버린다.
자율적인 자아 기구의 개념은 하트만이 욕동 좌절로 인해 자아가 구조화된다는 프로이트의 견해를 부정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트만은 자아발달의 원천을 일차적 자율성을 지닌 타고난 장치와 이차적 자율성을 가져오는 욕동의 좌절, 두 가지로 보았다. 두 번째 원천과 관련해서 자아를 조직하는데 리비도의 좌절에서 생긴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프로이트의 견해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는 자아를 구조화하는데 있어서 리비도보다 공격성을 더 중요한 요소로 보았다. 공격적 욕동의 의도가 대상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의 방출은 리비도 욕동의 방출보다 더 위험하며 결과적으로 그것의 중화가 보다 결정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항구적 대상관계들이 리비도적 욕동보다는 공격적 욕동의 승화에 더 많이 좌우된다고 보았다. 중화된 공격성은 자아의 구조화를 가져오고 좋은 대상관계와 대상 항상성을 허용하며 그것은 다시금 더 깊은 공격성의 중화를 가능케한다. 다른 한편 중화되지 않은 공격성은 정신병리의 상당부분에서 일차적인 역할을 한다. 공격성이 중화되지 않거나 반-리비도 집중이 가능하지 않으면 공격성은 유기체를 향해 분출되고 대상관계가 불가능해지며 정신분열증적 과정이 발생한다.
자아는 방어와 적응기제를 포함하는 기능집단이다. 이런 기능들은 자아의 종합적 기능이라고 부른 체계로 조직화된다. 이 체계는 단순히 원본능에서 자라난 것이 아니라 소망의 좌절에 더하여 그것 자체의 원천으로부터 자라난 것으로서 건강한 기능을 통제하는 조직화된 적응능력의 체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트만의 견해에서 자아가 완전한 자율성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아가 욕동에서 특히 공격적 욕동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화된 자아는 항상 원본능과 연결되어 있으며 원본능으로부터 상대적인 자율성만을 성취할 수 있다.
◉라파포트: 원본능을 타고난 것으로 보았으며 자아를 형성된 인격으로 보았다. 자아가 원본능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적인가에 따라 그것은 현실에 더 잘 적응하며 더 잘 기능할 수 있다. 자아가 원본능으로부터 자율성을 성취하지 못하는 정도에 따라 현실의 요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도와 자아가 원본능의 노예가 되는 정도가 결정된다. 인격의 건강은 자아 자율성의 기능, 원본능 압력을 관리할 수 있는 자아의 능력을 가리킨다. 원본능 소망의 실제 내용과 그 소망이 일으키는 갈등은 중요하지 않다. 동일한 소망과 갈등이 건강한 인격과 병리적인 인격 모두에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자아의 경우 원본능으로부터 자율성을 성취했기 때문에 증상을 발생시키지 않고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있다.
◉알로우와 브렌너(?): 지형학적 모델이 구조적 모델과 함께 사용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자아심리학적 견해와는 대조적으로 알로우와 브렌너는 반-본능적 세력들이 무의식적이라는 점에서 두 모델이 실제로는 서로 모순된다고 보았다. 구조적 모델의 도입으로 갈등은 더 이상 전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본능적 소망과 그것에 대립되는 세력 모두는 무의식에 속한 것으로 간주된다. 심리적 갈등에서 자아의 중심적 역할에 의해 전의식의 개념이 제거된다. 전의식은 본능적 소망과 갈등 상태에 있는 심리적 내용의 성질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자아로 대체된다.
◉브렌너: 자아와 원본능이 분화되지 않은 모체에서 발달한다는 하트만의 견해를 지지하지만 모든 정신 현상은 자아와 원본능 사이의 타협을 어느 정도 포함하기 때문에 그것들은 갈등 상황을 제외하고는 분리될 수 없다. 자아는 원본능의 실행자로서 본능 만족을 성취하는 방법을 발견해야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아는 모든 원본능 소망이 일으키는 위험들과 타협해야한다. 따라서 정신 현상들은 소망, 죄책감과 갈등을 일으키고 이는 불안을 만들어내며 그 불안은 방어가 된다. 자아의 과제는 죄책감과 불안에 의해 설정된 한계 내에서 본능만족을 허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건강이나 질병의 결정적 요소는 증상없이 본능의 만족을 허용하는 타협을 할 수 있는 자아의 능력이다.
◉화이트: 자아는 자아-원본능 모체에서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것이라고 보았다. 원본능에 대한 의존에서부터 점점 더 해방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자아 심리학 발달의 최종 단계를 나타낸다. 자아발달에 대한 화이트의 이론에서 포기된 대상에 대한 리비도 집중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독립적인 자아 에너지는 구조화를 성취하기 위해 어떤 대상관계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아 발달에서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영향력 행사를 위한 모델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동일시 대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이는 환경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아버지처럼 되기를 원한다. 이러한 동일시 개념은 상실의 고통을 견디기 위해 ‘대상을 안으로 들인다’는 프로이트의 동일시 개념과 매우 다르다. 화이트는 동일시를 프로이트처럼 대상의 합입으로서가 아니라 모방의 한 형태로 보았다.
=>자아심리학에서 자아는 원본능과는 별개의 조직으로 간주된다. 정신은 욕동 방출을 조절할 수 있는 자율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아조직과 욕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 이런 모델을 ‘욕동-자아모델‘이라 부르겠다. 이런 관점에서 발달의 핵심적인 문제들은 욕동의 변천과 그에 수반되는 자아의 조직화 즉 유기체의 적응능력이다.
=>자아심리학 내에서 자아 자율성에 대한 두 가지 견해가 존재한다. 자아는 타고난 기구들과 욕동의 중립화에서 생긴다는 하트만과 라파포트의 견해와 자아는 그 나름의 에너지만 형성된다는 화이트와 헨드릭의 견해이다.
3. 자아심리학과 정신분석 과정
자아심리학의 영향으로 정신분석적인 평가는 이제 전형적으로 환자의 자아 구조뿐만 아니라 자아의 강함과 약함에 관한 판단을 포함하게 되었다. 정신병리는 그것을 만들어내는 갈등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개인이 갈등을 다루는 방식 즉 갈등을 다루기 위해 사용하는 자아기제의 측면에서도 이해된다.
◉알로우와 브렌너:
◉그레이: 환자의 증상이 자아의 방어과정의 산물이라는 인식에 기초한 기법적 모델을 제안한다. 이 모델에 따르면 분석가는 욕동 파생물을 경청하면서도 환자의 자아가 무의식적으로 자료의 흐름을 방해하기 전까지는 개입하지 않는다. 그는 환자의 저항이 분석가에게 어떤 말을 할 것 같은 위험에 대한 환상에서 기인한다고 가정한다. 분석가는 이런 저항에 즉각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통해서 이런 환상에 관해 알게 될 것이고 그 환상은 그 자체로서 방어로 드러날 것이다. 이때의 목표는 충동을 의식화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 자아에 대한 환자의 인식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분석가가 분석회기 안에서 환자의 자아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야말로 자아가 방어하고 적응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최상의 수단이다. 해석의 목적이 환자가 방어를 포기하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에 분석가는 방어가 분석관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환자에게 보여주어야한다. 환자가 자신의 방어가 매 순간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볼수 있게 된다면 스스로를 분석하게 될 것이다.
그레이는 같은 논리를 초자아를 다루는데도 적용하였다. 분석가들이 초자아의 분석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데 프로이트가 초자아를 분석적 조사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데서 유래한다. 프로이트는 초자아를 죽음 본능과 연결된 저항의 한 형태로 보았고 따라서 분석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았다. 그레이는 초자아는 자아기능의 소외된 부분이며 어느 증상처럼 분석되어야하고 의식화되어야 한다. 초자아는 분석이 가능한 자아의 부분으로서 그것이 의식화될 때 자아 기능의 향상이 따라온다.
◉와이쓰: 자아가 방어를 포기해도 안전하다고 느낄 때에만 방어를 포기할 수 있다고 하면서 방어의 제거는 자아의 무의식적 통제 아래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자아는 현실이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에만 방어를 포기하는데 그때 자아 방어들은 분리된 자아의 부분으로 남아있던 상태에서 자아의 다른 부분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자아-동조적인 기제들로 변한다. 분석상황에서 이것은 분석가가 불안을 촉발시키는 충동을 안전하게 견딜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환자가 분석가를 시험할 것이다. 분석가가 견딜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무의식적 충동들은 의식화 될 수 있고 자아의 통제를 따르게 될 것이다. 방어 분석의 가치는 자아의 부분과 방어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 즉 무의식적 소망의 출현을 가능케 하는 심리적 변화에 있다. 억압된 내용이 의식화 될 때 환자의 불안이 줄고 경험이 보다 생생해진다. 고전적 이론은 그 반대를 가정하지만 그는 환자가 붕괴된다고 느낄 때보다는 안전하다고 느낄 때 무의식이 의식화된다. 분석가가 방어를 해석하고 중립적인 분석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통해서 분석과정이 진행되며, 이 두 가지는 환자가 안전하게 느끼도록 돕고 이런 안전감으로 인해 환자는 이전에는 닫혀 있던 충동들을 개방하고 그 결과 분석이 성공적일 수 있다.
이 집단에 속한 자아심리학자들은 자아심리학의 통찰을 분석기법의 재개념화에 적용했다. 분석 상황에서 자아의 방어 작용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바람에 욕동 해석의 중요성은 그들의 모델에서 희미해졌다. 이 모델에 따르면 충동은 직접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다만 방어들이 적절히 해석될 때 그리고 환자가 성공적으로 분석가의 중립성을 시험한 후 안전감을 느낄 때 출현할 것이다. 이런 접근은 분석 과정에서 구조모델을 분명하고 지속적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4. 자아심리학과 대상관계
지금까지 논의한 자아심리학자들 모두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대상 관계의 역할을 간과하거나 최소한 반면 이와 대조적으로 자아심리학 세 번째 부류는 자아기능을ㄹ 대상관계의 기능으로 본다. 대상관계 이론의 기초가 되는 이런 관점은 자아를 대상에게 집중되었던 리비도가 포기됨으로써 생겨난 것으로 보는 프로이트의 견해에 기초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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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베언 : 자아가 욕동에 종속되지 않고 자율성을 갖는다. 자아의 성장은 만족스런 대상관계에 달려있다.
◉해리 건트립: 초기대상관계와 자아의 성장 그리고 발달 정지 사이의 관계를 더욱 발전.
◉클라인: 자아발달을 내재화된 대상관계의 산물. 내생적 리비도 욕동과 공격적 욕동이 대상관계를 발달시키며 이것들이 유아의 가장 초기단계에서부터 자아의 기초를 형성한다. 욕동에 중요성을 부여. 대상의 내재화를 통한 자아성장.
◉안나 프로이트: 자아가 욕동의 좌절에 의해 형성된다는 보다 전통적인 자아심리학적 입장. 클라인 학파와 안나 프로이트의 추종자들 사이에 분열 발생. 영국 정신분석학계의 두 개의 분파로 나뉨.
◉발린트: 자아발달을 위한 근본 요인으로서 일차적 사랑관계의 중요성을 강조.
◉위니캇: 클라인의 대상관계이론에 영향을 받았지만 초기 대상관계와 자아발달의 관련성에 대한 그의 견해는 욕동보다는 어머니-아이 사이의 유대를 강조. 영국의 중간학파.
㉮ 이디스 제이콥슨과 마가렛 말러
1) 이디스 제이콥슨
이디스 제이콥슨은 대상관계와 자아구조의 형성이라는 문제를 연결시킨 최초의 미국이 s이론가이다. 그녀의 견해에서 욕동발달, 자아성숙 그리고 대상관계의 성장은 모두 하나의 통일된 발달 과정의 측면들이다. 그녀는 쾌락과 불쾌는 유아의 일차적 경험이라는 프로이트의 견해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녀는 유아기 초기에 아이는 쾌락을 그것을 출처와 구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계 동안에 유아가 갖는 어머니와의 융합 환상은 모든 대상관계의 토대를 형성한다. 제이콥슨은 구강 단계의 개념은 수유와 구강 성애를 넘어 구강 만족과 좌절을 둘러싼 전체 경험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이콥슨의 견해에서 생후 3개월 된 아이의 자아는 자기와 애정 대상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유아의 자아-이미지와 대상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그것들은 만족과 불만족 경험에 따라 두 종류로 형성된다. 만족스러운 경험은 리비도적으로 조직화된 자기-대상 단위가 되는데, 이것은 좌절시키는 경험에서 생긴 공격적으로 조직화된 자기-대상 단위와 다르다.
이 단계 동안에 모든 친밀함과 만족의 경험은 초기 융합 상태로 돌아가는 일시적인 경험으로 이끈다. 이런 환상들은 아이가 어머니가 되고 싶어한다는 의미에서 합입적이거나 내사적이다. 제이콥슨은 내사를 일반적인 사용방식과는 달리 환상 안에 대상을 합입하는 원시적인 기제로 즉 대상을 자기로 변형시키는 기제로 보았다. 이런 견해에서 최초의 동일시는 자기-이미지와 대상-이미지의 재-융합으로 이루어지며, 그것은 진정한 자아 동일시와는 다르다.
제이콥슨은 어머니가 유아의 방출 패턴에 맞춰 줄수 있다면 유아는 생후 첫해 안에 부모를
모방하는 것을 통해서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원시적 동일시를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행동은 유아가 적극적이 되고 또 운동행동이라는 자아 기제를 자아기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발달적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콥슨은 이러한 유아의 모방이 어머니‘처럼’ 되고 싶은 소망보다는 어머니가 ‘되는’ 마술적 환상에 근거해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자아 동일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모방은 신체적 접촉보다는 활동을 통한 융합에 해당된다. 두 번째 해에 아이는 애정 대상의 특성을 구별하게 되며, 시간개념을 발달시킨다. 이런 능력은 아이가 대상이 ‘되는’ 환상없이 대상‘처럼’ 되도록 허용한다. 이 시점에서 선택적 동일시는 융합을 진정한 자아 동일시로 대체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아이는 소망하는 자기-이미지와 실제 자기-이미지를 구별할 수 있다. 아이의 소망하는 자기-이미지와 이상화된 부모와의 동일시는 자아 이상을 형성한다. 이런 긍정적 구조는 상실된 융합을 보상한다. 그리고 이러한 발달과 동일시에서 좌절 경험이 다시 말해 현실적인 부모의 금지에서 발생한 부정적 자기-이미지가 이상적 자기-이미지 및 대상-이미지들과 결합함으로써 초자아가 형성된다.
제이콥슨은 아이가 부모의 특성에 대해 찬탄하지 않는 한 아이의 자아는 대상의 특성을 받아들여 수정하지 못하고 따라서 의미 있는 동일시를 발달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모든 동일시는 분리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 점에서 공격성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아 형성이 일차적으로 유아의 방출 욕구에 어머니가 조율해주는 것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조율은 리비도적 대상관계를 위한 기초이며 긍정적 자기-이미지와 대상-이미지의 발달을 촉진한다.
공격적 대상관계는 불가피하지만 긍정적인 자기-이미지 및 대상-이미지가 강하다면, 그러한 긍정적 이미지들은 좌절을 감당하고 과도한 공격성의 표출을 방지할 것이다. 그리고 강한 자아는 원시적 동일시로 돌아가지 않고서도 좌절을 경험할 수 있고 융합하지 않고서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더 잘 견딜 수 있다. 제이콥슨의 견해에서 욕동방출, 자아 성숙 그리고 대상관계 사이의 상호관계성은 복잡하고 상호적이다. 건강한 자아와 초자아의 형성은 아이의 방출 욕구에 대한 모성적 조율과 그로 인한 대상관계의 만족 경험과 분리될 수 없다.
제이콥슨은 초기 발달의 결정적인 과정은 어머니가 되는 환상세계에서 어머니처럼 되는 현실세계로 이동하는 것이다. 환상에서 현실로의 점진적인 움직임은 대상관계와 동일시의 상호적 영향에 의해 가능해진다. 자아란 대상에 집중되었던 리비도가 포기됨으로써 생겨난 구조라는 프로이트의 개념을 넘어서 자아발달과 대상관계 사이의 연결을 확장시켰다.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실제 관계의 성질은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니며 이 관계로부터 자라나는 유대는 그것이 주는 좌절의 요소를 능가하게 하는 중심적인 요소이다.
2)마가렛 말러
말러 파인 그리고 버그만은 심리적 자기의 탄생을 분리-개별화 과정의 결과로 보았다. 그들은 분리를 유아가 자신을 일차적 대상으로부터의 분리된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으로 정의한 반면 개별화는 개인적 특성을 획득한 것으로 정의했다.
말러의 발달 도식에 따르면 유아는 대상과의 접촉이 없는 ‘자폐’ 단계를 거친 후에
㉠1개월~6개월 : 공생 단계, 모든 경험은 자기의 일부로 상상된다. 분리-개별화 과정은
㉡6개월~36개월 : 분리-개별화 과정은 아이가 공생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을 시작해서 36개월 경 오이디푸스기의 시작과 함께 종결된다.
<하위단계>
◉6개월~10개월: 분화. 아이가 자신이 환경과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
◉10개월~16개월: 신체적 및 정서적으로 어머니로부터 떨어져 나와 세상을 탐험하는 연습에 참여한다.
◉16개월~25개월: 재접근단계동안 아이는 어머니로부터 떨어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갑자기 깨닫고 더 초기의 유대 관계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아이는 여전히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이때 아이는 자신이 획득한 자율성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양가적인 경향성을 보인다.
말러의 견해에서 분리- 개별화의 심리내적 과정이 성공할 경우 그것은 좋은 특성과 나쁜 특성을 모두 지닌 전체 대상의 내재화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서든 그 과정이 방해를 받는다면 자아발달은 손상을 입게 될 것이며 전 오이디푸스적인 병리가 발생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오이디푸스 발달의 왜곡이 발생할 것이다. 말러는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 허용되는 유대와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의 능력을 아이의 내재화과정을 위한 결정적인 요소로 보았고 그 결과로 자아가 발달한다고 보았다. 자아 발달에 대한 말러의 견해는 대상관계의 역할을 좌절 개념 이상으로 확장시켰다.
3)정신병리치료
제이콥슨은 자아발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우울증과 경계선 환자들, 심지어 정신증적인 환자들을 정신분석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그녀는 전오이디프스적 정신병리의 치료를 엄격한 해석적 태도의 수정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이콥슨은 우울한 환자들의 이상화 전이를 상당 기간 동안 해석하지 않고 허용했다. 그 이유는 그런 환자들이 분석가의 마술적 사랑을 통해서 자신들이 잃어버린 사랑의 능력을 회복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전이를 신속하게 해석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상실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분석가를 사용하고자 하는 환자의 욕구를 방해하는 것이다. 기법에 대한 제이콥슨의 일차적인 공헌은 분석가가 해석을 사용할 때 고전적 기법보다 훨씬 유연한 기법을 사용한다면 심각한 장애를 지닌 환자들의 경우에도 분석치료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에 있다.
말러 역시 자신의 이론으로부터 심각한 병리의 치료에 대한 재개념화를 도출해냈다. 그녀는 심각한 형태의 아동기 정신증을 자신의 발달 이론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유아기 자폐증은 발달의 자폐단계에서 고착된 병리이며 아동기 정신분열증은 공생 단계에서 고착된 병리이다. 가장 독창적인 공헌은 자신의 발달 모델을 경계선 증후군에 적용한 것이다. 경계선 환자의 갈등은 16개월~25개월 된 아이의 재접근 갈등으로 이해된다. 경계선 환자는 이 연령의 아동처럼 대상에게 매달리면서도 자신의 연약한 자기감을 상실할까봐 두려워한다. 그리고 부모인물로부터 분리되고 싶어하면서도 그러한 분리에서 오는 위험을 두려워한다. 재접근 위기에 고착된 경계선 환자의 치료는 분리-개별화 과정을 해결하지 못한 환자의 무능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그러나 말러는 치료기법에 관해서는 아무런 구체적인 권고를 제공하지 않았다) 말러의 견해에서 ‘유아신경증은 오이디푸스기에 뚜렷이 볼 수 있기는 하지만 그 이전인 재접근기 동안에 형성된 것이다’ 재접근기 갈등을 해소하지 못할 때 그것은 오이디푸스기의 성공적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며 그로 인해 신경증을 낳게 된다. 특히 말러는 융합하고 싶은 욕망과 그것에 대한 방어 사이를 오가는 신경증 환자들은 해결되지 못한 재접근기 갈등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보았다.
*클라인, 제이콥슨, 말러의 작업은 오토 컨버그, 하인즈 코헛에게 영향을 준다. 이들의 이론은 추후에 공부하게 될 것이다
5. 결 론
1)프로이트 견해에서 포기된 대상들은 동일시 과정을 통해 자아구조를 형성한다. 하트만은 자아 자율성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좌절된 대상관계만이 자아발달을 위한 동기를 부여한다는 주장에 도전하였다. 자아가 그 나름의 동기적 근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의 발달은 좌절에 의해 촉진되지 않는다. 자아가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의 에너지가 부분적으로 욕동의 중립화에 의존한다면(?) 포기된 대상으로부터 자아가 발달한다는 프로이트의 개념은 여전히 정신의 구조화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신 에너지의 그런 변형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이론적으로 분명하지 않다.
2)화이트는 자아가 욕동 좌절 없이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제이콥슨과 말러는 어머니- 아이 관계는 좌절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들 사이의 전체 관계의 측면들이 내재화되어 자아와 초자아 구조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대상관계의 모든 주요 이론가들은 심리적 구조는 대상관계의 산물이며, 단순히 좌절 측면의 산물이 아니라는 견해를 채용함으로써 프로이트의 사고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신생아들은 부모의 바라봄을 추구하며 그것이 없을 경우 그것을 찾기까지 한다. 게다가 그들은 매우 초기에 어머니와 다른 인물들을 구별한다. 동물 행동에 관한 연구는 다양한 동물들이 접촉 그 자체 외에는 다른 보상이 없는데도 어머니에게 집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대상과의 접촉이 보다 일차적인 욕동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풍부한 증거들이 있다.
3)대상관계 이론은 자율적 자아개념이 확장된 것이며 또한 욕동 좌절에 대한 가정에서 자유로워졌지만 자아는 대상관계에 의해 발달한다는 라파포트, 하트만 그리고 프로이트가 유지한 개념이 확장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대상관계이론은 인격을 초기 대상 관계의 복잡한 산물로 본다. 대상 관계 이론가들마다 이 과정에서 욕동에게 다른 역할을 부여하지만 어느 이론가도 욕동의 좌절을 인격이 구조화에 연결시키지는 않는다.
4) 대상관계 이론은 대인관계 이론과 혼동되기 쉽다. 설리번의 대인관계 이론을 시작으로 설리번을 따르는 이론가들은 모든 심리적 현상은 대인관계적인 것이라는 원리에 기초해서 인격형성, 정신병리 그리고 정신분석 기법에 대한 이론을 발달시켰다. 대상관계 이론과 대인관계 이론에서 자기와 타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강조점이 공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인관계 이론이 대인관계적 상황에 초점을 맞추면서 내재화 과정을 상대적으로 간과하는데서 이 두 유형의 이론은 서로 구별된다.
5) 대상관계는 초기 유아의 관계성에 대한 욕구로부터 인간의 동기 원리를 도출해내고 결과적으로 정신분석 치료의 일차목표를 초기 관계 경험에서 유래한 대상관계의 수정으로 보는 모든 이론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초기 관계 경험에서 인격이 어떻게 발달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치료에 어떤 함축을 갖는가에 대한 대답은 각 이론마다 다르다. 어떤 이론들은 욕동에 주된 역할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다른 이론들은 욕동 이론을 완전히 포기한다. 또한 이론들은 건강과 병리에서 환경의 역할과 선천적 요소의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견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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