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신학대학원2·6교실/조직신학교실

[스크랩] 이젠하임 제단화 -프랑스 미술기행

류성련 2014. 9. 28. 16:51

 





프랑스 여행에서 꼭 들려봐야할 곳이 있다. 프랑스 동부 알사스 지방의 콜마르(Colmar)라는 도시다.

알사스 특유의 화려한 모자이크 지붕이 덮힌 유서깊은 건물들이 그야말로 동화속 나라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도시다.

하지만 콜마르에 가야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 이젠하임 제단화로 유명한 운터린덴 미술관이 있기 때문이다.

미술책에서만 보던 제단화를 처음 눈으로 만났을때 느꼈던 전율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젠하임 제단화는 이젠하임 병원을 운영하던 안토니우스파 수도원의 주문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아홉 장면의 유화와 두 장면의 나무 조각으로 구성돼있다.

원래 위의 형태로 아래쪽 제단대(predella) 위에 본 그림이 있고 좌우 양쪽에 다른 그림이 하나씩 있으며 본 그림을 펼쳐가면 한 가운데 조각품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 보호를 위해 이를 3개 부분으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본그림의 예수 오른쪽에 세례 요한과 인간의 죄를 사하기 위한 희생을 상징하는 '신의 양'이 있고 왼쪽에는 사도 요한과 성모마리아,막달라 마리아가 있다.

왼쪽 날개는 안토니우스 성자,오른쪽 날개는 세바스티아누스 성자.

아래 제단대(predella) 그림은 가장 왼쪽이 막달라 마리아,그 옆이 성모마리아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는 인상파 이전까지 서양 미술을 지배해온 주요 모티브였지만 이토록 처절한 예수를 묘사한 작품은 어디에도 없다. 굵은 못이 박혔던 발등의 상처나 온몸 가득한 가시 자국,그리고 절명한 예수의 표정은 극도의 고통을 무릅쓰고 수난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예수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이것이 1515년에 완성된 작품이라면 믿겠는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예수의 주검은 오늘날 팔레스타인이나 예루살렘 등에서 테러 또는 테러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지켜봐야하는 고통에 일그러진 막달라 마리아의 얼굴.(요즘 베스트셀러가 되고있는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처럼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결혼설을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그것은 주 예수의 부활을 확신하는 성녀의 모습이 아니라 온갖 삶의 질곡과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이웃들의 모습이다.이젠하임 재단화 첫화면의 가운데 그림(부분)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린뒤 막달라 마리아의 표정은 더욱 절망적이다.예수의 주검을 넣을 관 앞에서 죽음의 고통보다 더한 낙담에 빠진 여인은 피눈물을 마구 쏟는다.이젠하임 재단화 첫 화면의 제단대 그림(부분)

 

피눈물을 흘리는 것은 성모 마리아라고 예외가 아니다.신의 아들이 아니라 인간의 아들인 예수의 주검 앞에서 어머니는 입술을 깨물며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이젠하임 재단화 첫 화면중 재단대 그림(부분)




이젠하임 재단화 첫번째 화면의 가운데를 양옆으로 펼치면 나타나는 두번째 화면.

가운데 본그림은 '천사들의 연주'와 '아기 예수의 탄생' 두 주제가 한 화면에 그려져 있다.
왼쪽 날개 그림은 '수태 고지'이며 오른쪽 날개는 '예수의 부활'이다.

아래 제단대 그림은 첫화면 그대로.

여기서 예수는 더이상 앞서의 상처투성이 예수가 아니다. 썩어 없어질 인간의 육체가 아니라 전지전능한 '신성'이 충만한 신적 존재의 모습이다.

첫 화면에서 예수의 수난을 바라보며 고통을 느꼈던 관찰자들은 이제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화가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그림은 원래 이젠하임 병원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것이었다.

만약 평범한 그림들처럼 예수의 탄생에서 수난,부활로 이어지는 연대기적 순서를 따랐더라면, 그리고 일반적인 종교화들처럼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가 평안한 얼굴을 한 영적 존재의 모습이었다면-천사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던가 한줄기 빛이 십자가를 향해 비치고 있다던가- 보는 이들의 드라마틱한 감동은 반감됐으리라.

이젠하임 병원의 환자들은 인간적 고통을 겪는 예수가 신으로 부활하는 극적 반전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병든 몸에도 기적이 행해지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지않았을까.

그것이 작가인 그뤼네발트의 의도였으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젠하임 재단화 두번째 화면 '천사들의 합창'과 '아기 예수의 탄생'을 열어젖히면 이제 조각 작품이 나타난다.니클라우스 하게나우어의 작품.

가운데 앉은 이가 성 안토니우스,그 좌우로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성 히에로니무스가 서있다.

아래 제단대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림을 열면 나오는 조각품으로 예수와 12제자들의 상이다.

양 옆 두 날개 그림은 역시 그뤼네발트의 것으로 왼쪽은 '은자 성 바울을 방문한 안토니우스'이며 오른쪽은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이다.

성 안토니우스가 여러차례 등장하는 것은 그의 유골이 이젠하임 병원에 모셔져 있을 정도로 성안토니우스가 이젠하임 병원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성 안토니우스는 각종 전염병을 치유한 성인으로 유명했으며 그의 유골이 있는 이젠하임 병원에 유럽 각지의 환자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성 바울은 사도 바울이 아니라 최초의 은자라고 일컬어지는 동명이인이다. 

 

출처-이훈범 기자의 세상밖으로

출처 : Morning Ca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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