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분석의 원리
이기춘 교수(감신대, 목회상담센터 원장)
Ⅰ. 서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특수한 관계 속에 놓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사회적으로는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태어난다. 특히 후기 산업사회 속에서는 인구의 이동과 급격한 사회변화 때문에 기존의 인간관계가 들어먹지 않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 교류분석은 에릭 번(Eric Berne, 1910-1970)이 창안한 것으로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건강한 인간정신을 유지시키면서 적극적인 인간관계를 도모하려고 시도한 집단이론이다.
교류분석(trans-action analysis)이란 말의 뜻은 인간의 행동 배후에 숨어 있는 동기를 찾아내서 서로 이해하고 관계를 개선시킨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이 이론은 한번 읽어보고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고 반듯이 훈련을 받은 뒤라야 이론의 의미와 실천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이론은 70년대에 성장한 것으로 인간관계, 간호학, 산업사원훈련, 영성훈련 등에 두루 활용되고 있다.
Ⅱ. 인간의 성격이해
인간관계를 개선하거나 증진시키려면 우선 인간의 성격을 평가해야 한다. 교류분석은 인간의 성격(personality)을 구조분석(structural analysis)이라고 한다. 이는 인간의 성격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다룬다. 인간의 성격은 이런 시절의 경험이나 습관, 양육방법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교류분석의 성격이론은 아주 간단하고 이해하기가 쉽다.
인간의 성격은 세 가지 마음씨(자아상태, ege states)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어린이 자아상태(Child state)이다. 어린이는 귀엽고, 착하고, 새로운 것을 보면 신기해하고, 아직도 이성이 발달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철부지이다. 이러한 성격의 내용은 “감정”의 마음씨라 부를 수 있다. 순진하고, 눈치보고, 꾀가 있는 성격이다.
둘째는 어버이 자아상태(Parent ego state)이다. 어버이는 자녀를 키워주고, 보호해 주고, 잔소리도 하며, 야단도 친다. 때로는 “내가 시키는 대로하라”고 하면서 특수한 행동유형도 가르쳐 준다. 그래서 자녀는 부모를 쏙 빼 닮아있다고 한다.
셋째의 성격은 어른 자아상태(Adult ego state)이다. 어른은 철이 들고 합리적이고 함부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다. 행동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일의 선후를 살핀다. 이러한 성격의 내용은 “사실 또는 현실(reality)”의 마음씨다.
지금까지 설명한 세 가지 성격이론을 그림으로 그리면 아래와 같다.
어버이 양육 비판 습관으로 이루어진 성격
어 른 사 실 사실에 기초한 성격
아 이 눈치꾼 감정으로 이루어진 성격
꾀돌이
순진이
눈치꾼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사정에 따라서 적당하게 표현하는 마음씨이다. 순진이는 느낀 그대로를 표현하는 마음씨이다. 꾀돌이는 순간적으로 깨닫는 기지(Wit)나 통찰이다.
비판은 지신을 표준으로 삼고 다른 사람을 나의 생각에 따르도록 요청하는 마음씨이다. 양육은 상대방의 요구와 희망을 알아차리고 대응하는 마음씨이다.
사실은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대로 사물을 이해하는 마음씨이다. 나의 편견이나 혼란을 통해서가 아니라, 빈 마음으로 사실을 사실대로 파악하는 성격이다.
Ⅲ. 바람직한 인간성격
앞에서 설명한 인간의 세 가지 성격을 통해 보면 사람마다 성격의 특징이 있다. 어떤 사람은 감정이 특출하게 발달되어 느낌이 좋으면 매사가 좋게 보인다. 어떤 사람은 습관이 두드러져 늘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철저하게 사실은 밝혀 사실에 바탕을 둔 행동을 하게 된다. 이것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어버이 어버이 어버이
어 른 어 른 어 른
아 이 아 이 아 이
감정이 발달된 성격 습관이 발달된 성격 사실이 발달된 성격
사람의 성격은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쁘다고 하는 표준적인 판단은 없다. 감정이 필요할 때는 감정을 발휘하고, 습관을 발휘할 때는 습관을 발휘하고, 사실을 발휘할 때는 사실을 발휘해야 한다. 마음의 창고에서 적당한 마음씨를 때에 따라 발휘하는 성격이 가장 바람직한 성격이다. 이를 그림으로 그리면 아래와 같다.
어버이
어 른 사실
아 이
필요한 감정이나 습관을 어른의 마음을 통해서 통합적으로 발휘해야 성숙한 성격을 드러낼 수 있다. 감정을 발휘해야 할 때 습관을 발휘한다든지, 습관을 발휘해야 할 때 감정을 발휘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교류분석의 이론에 따르면 아이의 성격이 제일 먼저, 습관의 성격이 그 다음에, 어른의 성격은 제일 늦게 나타난다고 한다.
원숙한 성격은 어른의 자아가 발전되어 습관과 아이의 성격을 잘 통제해야 한다. 그러나 공기나 강물을 더럽히는 ‘오염현상’ 때문에 인간의 마음씨가 찌들어진다. 이러한 공해는 편견(prejudice)과 혼란(confusion)이다. 편견은 새것이 와도 이를 외면하고 습관대로 하자는 것이고 혼란은 생각하기보다는 감정대로 하는 것이다. 이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어버이 어버이
편견
어 른 어 른
혼란
아 이 아 이
편견은 습관의 성격이 합리적인 사고의 성격을 침입한 것이고, 혼란은 감정의 성격이 합리적인 사고의 성격을 침입한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는 사람에 대한 편견이나 감정적인 증오는 건설적인 인간관계를 맺는데 치명적인 장애가 된다. 따라서 가운데 있는 어른의 자아를 반영시켜 습관과 감정의 마음씨를 잘 다스리고 편견과 혼란의 오염을 제거해야만 원숙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Ⅳ. 인간관계의 방식
교류분석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관계란 인간의 세 가지 성격(P, A, C)이 서로 교환되는 사회적인 측면을 뜻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면 신호등에 따라야 하듯 인간관계에서도 관계를 맺게 하는 신호등이 있다. 교류분석에서는 “인간인식의 기본단위”라고 일컫는 스트로크(stroke)란 말이 있다. 이 말은 고양이나 강아지를 털의 결에 따라 쓰다듬는다는 뜻이 있다. 또는 나무의 결에 따라 대패질을 하듯 사물의 생김새에 어울리게 자극을 준다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자극하면 적극적인 스트로크가 되고 부정적으로 자극하면 부정적 스트로크가 된다.
스트로크는 언어, 행동, 표정, 몸짓 등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일체의 자극을 뜻한다. 이 스트로크를 교환하면서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다. 이들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1. 충족조류(Complementary Transactions)
충족조류란 상대방이 기대하는 바를 가장 적절하게 해당되는 마음씨로부터 주고받는 인간관계 방식이다. 이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어버이 어버이
아들 : 엄마, 나 토요일에 소풍가요.
어 른 어 른
엄마 : 좋겠다.
아 이 아 이
아들 (7세) 어머니
위 그림에서 아들은 토요일에 소풍간다는 소식을 엄마에게 전한다. 그런데 이 소식은 단순히 정보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희망을 전하고 있다. 그날 필요한 용돈, 가지고 싶은 물건, 음식, 음료수, 먹거리 등 수십 가지의 희망을 “소풍 가요”라는 보자기에 싸서 엄마에게 건네주었다. 엄마는 아들의 목소리와 표정을 읽어보고 아들이 원하는 희망을 다 들어주겠다는 뜻으로 “좋겠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신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충족교류는 인간의 말속에 들어 있는 희망을 알아서 채워주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는 교류가 된다. 이 교류방식을 늘려 가는 것이 인간관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2. 교차교류(Crossed Transactions)
교차교류는 충족교류의 정반대가 되는 교류방식이다. 상대방의 뜻을 헤아리지도 못하고 오히려 그 뜻을 왜곡하고 파손해서 되돌려보내는 방식이다. 이는 마음씨가 잘못 반동되어서 우리 속담의 “춘향에미 판소리한다”는 뜻과 같은 것이다. 이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어버이 어버이
아들 : 아버지, 미술준비물 사게 돈 좀 주세요.
어 른 어 른
아버지 : 공부는 못하는 녀석이 돈만 달래.........
아 이 아 이
아들 (중1) 아버지
위의 그림에서 보면, 중학생 아들은 아버지가 미술 준비에 필요한 돈을 줄 줄 알고 자신의 생각하는 어른자아에서 아버지의 어른자아로 돈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비판적 어버이자아에서 내려 누르면서 엉뚱하게 응답을 했다. 아들은 기분이 나쁘고,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사기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
교차교류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희망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엉뚱한 응답을 하므로 인간관계가 파손된다. 이런 대화를 하게 되면 기분이 나쁘고, 속상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장벽이 생기고 복수심이 자리잡게 된다.
3. 저의교류(Ulterior Transactions)
저의교류는 앞에 설명한 두 가지 교류와 달리 아주 복잡한 교류방식이다. 곧 겉으로 하는 말과 속으로 하는 말이 다르기 때문에 우선 알아듣기가 힘들고, 믿기도 힘든 교류이다. 저의란 “이면에 숨겨진 의도”라는 말이다. 흔히 저 사람이 하는 말은 “저의가 있나, 없나?”라고 할 때 겉으로는 그럴싸한데 속으로는 딴청을 부리는 것 같은 경우를 말한다. 겉으로는 그럴싸한 표현을 교류분석에서는 사회적 차원(social level)이라 하고 숨겨진 이면의 의도를 심리적 차원(psychological level)이라고 한다. 이런 교류에서 실제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심리적 차원이다. 이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갑 을
어버이 어버이
갑 : 안녕하세요. (속으로는, 저놈 보기 싫어)
어 른 어 른
을 : 반갑습니다. (속으로는, 나도 너 보기 싫어) 아 이 아 이
위의 그림에서 보면 같은 을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그러나 속으로는 “저놈 보기 싫어”라는 엉큼한 의도를 표현했다. 물론 이런 표현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고 그런 기색도 안 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갑이나 을이나 모두 증오에 찬 감정을 엉큼하게 표현했다. 그림에서 점선으로 표시된 것이 바로 심리적 차원의 엉큼한 메시지이다.
저의교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소원하게 함은 물론 신의가 없어져 불신을 일으킨다. 정직하기 못하고, 복잡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교류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인간관계를 계속하면 정신질환까지 일으킨다.
앞에 설명한 세 가지 인간관계 방식 중 교차교류와 저의교류는 줄이면 줄일수록 인간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없앨 수 있다면 더욱 좋겠으나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하나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판단하고 그 희망을 이루어 주는 충족교류를 늘려 가 는 일이야말로 인간관계를 발전시키는 지름길이다.
Ⅴ. 결론
인간관계 훈련은 원숙한 성격형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교류이다. 따라서 인간관계 훈련에서 제일 먼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기술이나 기법을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격을 개선하고 편견과 혼란을 넘어 성장을 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점검하고 편견과 혼란을 넘어 성장을 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점검하고, 장․단점을 분석해서 인간적 성숙의 지평을 새롭게 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인간관계 훈련은 후기 산업사회가 지니는 복잡한 삶의 물결 속에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는 의도에서 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인간의 성격이 성숙하지 못하면, 사랑을 실천할 수가 없다. 성격의 성숙은 교류분석의 안목에서는 합리적인 어른자아를 성격의 지휘자로 삼고, 습관과 감정의 자아를 잘 조화시키는 것이다.
기독교적인 성격형성과 신앙으로 예수께서 가르쳐준 사랑을 실천하려면 매일 만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적극적인 인간관계를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서 풍성함을 얻게 하려고 왔다.”(요 10:10)는 예수의 말씀을 이루는 한 방법이 곧 인간관계 훈련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생각해볼 문제
* 나의 성격은 어떠한가?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습관이 앞서는가? 감정이 앞서는가? 아니면 합리성이 앞서는가?
* 나의 습관 중에서 고쳐야 할 점은 어떤 것인가?
* 감정이 격하게 일어날 때 나는 어떻게 통제하는가?
* 사람에 대해서 갖는 나의 편견은 어떤 것이 있을까?
* 내가 자주 쓰는 충족교류는 어떤 것이 있나?
* 내가 자주 쓰는 교차교류는 어떤 것이 있나?
* 내가 자주 쓰는 저의교류는 어떤 것이 있나?
* 인간관계를 통해서 나는 어떤 방면에 성장이 필요한가?
'감신대 신학 교수 교실 > 이기춘 교수 교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가정클리닉/청년부에 대한 애정이.. (0) | 2014.10.03 |
---|---|
어머니와 자녀 상담 (0) | 2014.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