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청국장·고추장 3개월간 180명에게 효능 실험했더니
지방 줄고 근육량 늘어… '醬은 최고의 몸짱 식품'
- '음식 맛은 장맛'이다. 장(醬)에 따라 맛의 깊이가 달라진다. 장은 발효 식품이자 완벽에 가까운 단백질 식품이다. 그동안 많은 식품영양 전문가들이 장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대부분 동물실험 수준의 연구라는 한계 때문에 공인받기가 어려웠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극복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북대의대 연구팀이 의약품의 3상 임상시험(신약이 시판허가를 받기 전 효능을 최종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수백 명 이상의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규모 임상시험)과 같은 방법으로 장의 효과를 철저하게 검증한 연구 결과를 지난달 말 한국장류기술연구회 창립포럼에서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만·당뇨병 등 생활습관병 예방의 열쇠가 장에 숨어 있었다. 된장은 내장지방 제거에, 고추장은 고지혈증에, 청국장은 근육량 증가와 당뇨병 조절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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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을 앞두고 전북 순창군 고추장마을 전통 한옥 서까래에 고추장을 만들 때 쓰는 둥근 메주를 볏짚으로 묶어 매달아 놓았다. 전통식품인 장이 비만·당뇨병·고지혈증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됐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 ▲ 추석을 앞두고 전북 순창군 고추장마을 전통 한옥 서까래에 고추장을 만들 때 쓰는 둥근 메주를 볏짚으로 묶어 매달아 놓았다. 전통식품인 장이 비만·당뇨병·고지혈증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됐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어떻게 연구했나
전북대의대 채수완(약리학)·박태선(내분비내과) 교수와 이 대학 차연수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은 지난해 5월 비만 성인남성 180명을 모집한 뒤 된장·고추장·청국장 세 그룹으로 나눴다. 각 그룹은 다시 장류군과 가짜장류군 두 그룹으로 분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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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이 끝날 때까지 참가자와 의료진 모두 누가 진짜 장류군인지 몰랐다. 장류군은 12주 동안 고추장, 된장, 청국장을 매일 31.8g, 9.6g, 26.1g씩 환(丸)으로 섭취했다. 각각의 장 분량은 일반인이 하루에 섭취하는 양과 유사하게 정했다. 가짜장류군은 장류 환과 중량, 칼로리, 맛, 모양이 같은 가짜 환을 섭취했다.
참가자들은 4주에 한 번씩 심전도, 복부지방 컴퓨터단층촬영(CT), 대사증후군 검사, 혈액검사 등을 받았다. 진짜 장을 섭취한 그룹은 건강에 유익한 변화가 나타났지만, 가짜 장류군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건강이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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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된장
- ▲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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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된장
내장지방 제거·혈압 유지
된장 그룹은 내장 지방 면적이 크게 감소했다. 복부 CT촬영 결과, 가짜된장 그룹은 내장 지방 면적이 50㎟ 감소했다. 반면, 된장 그룹은 이보다 17배 넓은 856㎟가 감소했다. 된장 그룹은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의 비율(복부 비만 환자 0.7~1.0)이 0.94에서 0.62로 감소했다. 한편, 많은 사람이 된장 속 소금 때문에 혈압이 올라갈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실제로 된장의 섭취는 혈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실험 전 평균 122㎜Hg였던 된장군의 수축기 혈압은 12주 후 123㎜Hg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콩에는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진 이소플라본이 많이 들어있지만 당 성분과 붙어있어 활발히 작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콩을 발효·숙성시키면 미생물이 이소플라본에서 당 성분을 떼어내 이소플라본이 자신의 역할을 활발하게 할 수 있다. 혈압과 관련, 된장의 염도는 라면 국물보다 6배 정도 높다. 하지만 된장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펩티드라는 단백질이 소금의 혈압 상승 작용을 차단한다.
된장 먹는 법
된장은 숙성 기간이 길수록 이소플라본 등 몸에 좋은 성분의 함유량이 높아진다. 된장을 담그면 유리병보다는 항아리에서 숙성시키는 것이 좋다. 된장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고혈압 환자는 생 된장보다 국이나 찌개로 먹는 것이 좋다. 국이나 찌개로 먹으면 생 된장의 80~90%에 달하는 효과를 보면서 염도를 생 된장의 4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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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국장
- ▲ 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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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국장
근육량 증가·당뇨병 예방
청국장 그룹은 근육량이 크게 증가했다. 청국장 그룹의 체중과 체지방량은 실험 전후 큰 변화가 없었지만, 체중에서 뼈와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인 제지방량(LBM)은 120g 증가했다. 가짜청국장 그룹은 이전보다 제지방량이 오히려 340g 감소했다. 한편, 청국장 그룹은 2~3주간의 혈당 조절능력을 반영하는 혈중 당화알부민 수치도 이전보다 4.41 M/L만큼 떨어졌다. 이 수치가 낮아지면 당뇨병이 호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짜청국장 그룹은 이 수치에 변화가 없었다.
이 실험 참가자들처럼 비만한 사람은 근육량이 적어 기초대사율이 떨어지므로 다른 사람과 똑같이 먹어도 살이 더 많이 찌는 악순환의 고리를 밟는다. 따라서 이런 사람이 살을 빼려면 지방감량과 함께 근육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청국장을 먹으면 체중은 늘지 않으면서 근육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청국장은 원료인 콩보다 100g당 열량이 200㎉ 가량 낮으면서 근육의 원료인 단백질 함량은 40%나 된다. 당뇨병과 관련된 효능은 청국장을 숟가락으로 뜰 때 껌처럼 늘어나는 끈적끈적하게 하는 성분인 '레반'때문이다. 레반은 당뇨병 환자의 체내에서 인슐린과 유사한 작용을 해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청국장 먹는 법
청국장은 오래 가열하면 유익한 성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되도록 날로 먹는다. 찌개나 국으로 끓여 먹을 때에는 끓이는 시간을 5분 이내로 하는 것이 좋다. 청국장은 다른 장류와 달리 발효기간이 2~3일로 짧아 소금을 넣지 않아도 되므로 고혈압 환자가 먹어도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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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추장
- ▲ 고추장
- >> 고추장
고지혈증 개선
고추장 그룹은 고지혈증의 원인인 중성지방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고추장 그룹은 실험 시작 전보다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평균 20.79㎎/dL 떨어졌는데, 이는 고지혈증약을 3달간 먹었을 때 떨어지는 중성지방 농도의 5분의 1 정도이다. 고추장 그룹은 실험시작 전 평균 3.04였던 동맥경화지수(3.0 이상이면 동맥경화 위험)도 2.89로 감소했다.
중성지방 감소는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 덕분이다. 캡사이신은 혈액에서 중성지방을 제거해준다. 또 세포 내의 지방을 잘 태우게 한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은 캡사이신이 지방을 태우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쓰면서 열을 내기 때문이다.
고추장 먹는 법
캡사이신은 좋은 기능이 많지만 자극성이 강해 위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고추장에는 물엿, 찹쌀가루 등이 들어 있어 고춧가루의 강한 자극성을 줄인다. 하지만 붉은 고추에 풍부한 비타민A와 C가 고추장에는 없으므로 고추장을 먹을 때에는 브로콜리, 시금치 등 비타민이 많은 녹황색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고추장의 효능은 발효기간이 짧은 고추장보다 6개월~1년 정도 숙성시키면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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