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교회제도는 칼뱅의 회중주의(congregationalism)가 지배해왔다. 그래서 감리교회나 성결교회,순복음교회도 모두 장로제도를 두고 있다. 감리교회마저도 담임목사를 감독과 감리사가 파송하는 게 아니라 교회 구역인사위원회의 3분의 2 찬성으로 초빙한다.
그러나 신학적으로는 웨슬리의 경건주의적 복음주의가 한국교회를 지배해왔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의 주류를 형성한 신학은 자유주의도,근본주의도,신정통주의도 아닌 웨슬리의 경건주의적 복음주의였다. 새벽기도회,철야기도회,속회나 구역예배,부흥회 등은 모두 웨슬리의 전통에서 나왔다. 한국의 성도들은 뜨거운 은혜를 체험하는 ‘마음의 종교(religion of heart)’를 선호하는 데 그것은 웨슬리에게서 나온 신앙 유형이다. 그 이유는 한국 최초의 선교사 아펜젤러나 언더우드가 모두 웨슬리식 경건주의적 복음주의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언더우드마저도 그 별명이 ‘고함치는 감리교회 설교가(a roaring Methodist preacher)’라고 불릴 만큼 웨슬리적이었다.
이렇게 한국교회의 주류 신앙 유형을 형성한 신학은 웨슬리신학이지만 아직도 한국교회는 철저히 웨슬리적이지 못한 요소들이 많다. 웨슬리신학사상을 올바로 알고 이해할 때 더 건전하고 성숙한 한국교회로 거듭나고 성장할 것이다.
웨슬리는 인간의 노력이 구원의 출발점이라는 중세적 해석을 비판하고 하나님의 은총이 인간구원의 출발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칼뱅이 말하는 불가항력적인 은총을 강조한 것도 아니다. 곧 ‘책임적으로 응답하는 은총(responsible grace)’이다.
웨슬리는 그의 설교에서 아우구스티누스를 인용했다.
“우리 없이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은 우리 없이 우리를 구원하지 않으실 것이다”( Qui fecit nos sine nobis, non salvabit nos sine nobis)
웨슬리는 인간이 의지적으로 노력하면 하나님의 은총이 다가온다는 펠라기우스적 인신협동(인간 50%,하나님 50%)’을 강하게 비판하고 하나님이 먼저 역사하면 인간이 응답하는 것이 곧 ‘신인협동’(하나님 100%,인간 100%)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이 일하시니 나도 일할 수 있고(can) 하나님이 일하시니 나도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must)’는 주장이 여기서 나왔다.
미국의 1?2차 대각성운동의 지도자 조너선 에드워즈,찰스 피니 등이 모두 칼뱅주의자들이었지만 마음의 문을 여는 인간 의지의 결단을 촉구하는 부흥회 설교를 했다. 한국의 장로교회나 침례교회 부흥사들도 모두 마음의 문을 여는 결단을 웨슬리처럼 주장한다.
1999년 10월31일 종교개혁기념일에 루터교회와 천주교회는 에큐메니컬신학선언을 통해 ‘신앙에 의한 의롭다하심’과 ‘행함에 의한 성화’를 서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웨슬리는 18세기에 이미 이런 에큐메니컬적 종합을 이뤄냈다. 웨슬리는 구원의 출발은 의롭다하심과 거듭남으로 이뤄지고 구원의 완성,곧 성화는 믿음과 행함으로 이루어진다고 해석했다. 다시 말해서 구원의 필수조건은 믿음이요,구원의 충분조건은 행함이다.
웨슬리는 신앙의 본질은 내면적(inward)인 것으로 이해하고 신앙의 증거는 사회적(social)인 것으로 이해했다. 웨슬리신학자 아우틀러(Albert Outler)는 불건전한 복음주의(Unhealthy Evangelism)와 건전한 복음주의(Healthy Evangelism)를 구분하면서 웨슬리는 건전한 복음주의를 강조하였다고 해석한다. 불건전한 복음주의란 신앙의 내면적인 것,곧 구원의 확신만을 강조하고 사회적인 것에는 무관심하는 것을 의미하고 건전한 복음주의란 신앙의 내면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에 대해 동시에 관심 갖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웨슬리는 내면적 성결을 위한 경건의 훈련과 사회적 성결을 위한 자비의 훈련이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웨슬리는 그의 찬송가 서문에서 사회적 성결이 아닌 성결을 모른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적 종교(social religion)가 아닌 기독교를 모른다고 했다.
웨슬리는 이를 위해 경제적 분배운동을 강조했다. 성화란 우리의 가진 것을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경제적 성화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돈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3대 원리,곧 최대한 성취하되 최대한 아껴 쓰고 최대한 베푸는(gain all you can,save all you can,give all you can) 청지기 정신과 재산상속 반대운동,소자에게 베풂을 통한 하늘나라 저축 등을 주창했다.
웨슬리는 세제 개혁과 노예해방,교도소 개혁,여성 해방,산업노동자의 노조운동 등에 직접 뛰어들어 그의 신앙을 실천했다.
웨슬리는 영국성공회 안에서 교회를 갱신시키려는 감리교 신도회 운동을 전개한다. 그는 감리교회(Methodist church)라고 말하지 않고 감리교신도회(Methodist society)라고 했다. 마치 예수회가 가톨릭내에서 가톨릭의 갱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감리교신도회도 영국성공회를 개혁하는 운동이 되길 바랐다.
그는 오늘날의 셀 목회나 가정교회의 원형이 된 속회를 조직해 작은 교회 운동을 펼쳤다. 12명을 단위로 한 의무적 모임인 속회와 함께 5∼6명의 자발적인 소모임인 밴드도 결성했다. 속회나 밴드는 서로의 죄를 고백하고 공동의 성화를 위한 생활과 영성의 나눔을 가지면서 감리교인들의 성화에 원동력을 제공했다.
웨슬리의 신학을 오늘날 다시 돌아볼 때 한국교회의 영성이 더욱 성숙해야 함을 절감한다. 아무리 은총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그 은총이 임할 때 인간이 마음의 문을 열고 응답해야 하는 자유의지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성령이 강하게 역사해 우리를 온전한 성화로 인도하려고 하시더라도 우리는 죄성을 갖고 있기에 스스로 섰다고 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는 마음으로 응답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믿음은 강조하지만 행함이 부족하다. 구원받은 감격으로 열심히 사랑과 선행을 실천하는 노력,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도 한국교회에 불붙어야 한다.
의롭다 하심을 얻고 각종 은사를 체험하는 수동적 객관적 영성에 머무르지 않고 그 영적 능력으로 그리스도에게까지 자라가는 능동적 주관적 인격적 성화의 영성으로 발전해가야 한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가는 사회적 성결운동을 강조한 웨슬리의 정신은 오늘 한국교회에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실직자,노숙자,외국인노동자,굶주리는 북한 주민,탈북민 등의 아픔과 울음에 귀를 귀울이고 응답해가는 한국교회가 돼야 한다. 웨슬리의 신학적 가르침은 한국교회를 향해 영적 갱신운동이라는 큰 도전을 주고 있다.
◇김홍기 교수 약력
△감신대 신학사 △미국 드류대학교 철학박사 △한국웨슬리학회 부회장 △현 감리교신학대학교 전임교수
김홍기(감리교신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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