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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의 끝에서
-박세당(朴世堂), 歲暮
歲去年來歡意減 年來歲去老容催
세거연래환의감 연래세거노용최
不堪舊歲抛將去 可耐新年逼得來
불감구세포장거 가내신년핍득래
해가 가고 해가 와도 기쁜 마음 줄어들고
해가 오고 해가 가니 늙은 얼굴 재촉하네.
묵은 해 내버리듯 떠나감을 못견디나
새해가 가까이 닥쳐옴을 어찌하랴.
소자첨일세(少者添一歲)
노자감일년(老者減一年),
다같이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지만
젊은이는 나이 한살을 더하고
노인은 수명 한 해가 줄어든다는
명구(名句)이다.
연부역강(年富力强)한
젊은 시절에야 한해가 가고
새해가 다가와도
특멸한 감회가 일지 않는다.
오히려 더
어른스르워지는 데 대해
뿌듯한 마음도 내심 없지 않다.
그러나 중년만 지나도
나이 먹는 것을
반가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늙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감이다.
그래서,
묵은 해가 내던져진 물건처럼
훌쩍 떠나버리는 이즈음이면
허망한 상념에 못견뎌한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새해는 바로 코앞에 닥쳐와 있는데,
또 한살 더 먹고
늙음을 향해 나아갈 수 밖에
동짓날
팥죽 속의 새알심은
이미, 다 먹어버렸는데 어쩌랴.
깊은 밤,
창을 울리는
바람소리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벌떡벌떡 일어날 때가 있다.
솔직히 그것은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왔으니 가야 한다."
겉으로야, 그말을
태연하게 받아들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나의 실체가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는
어떤 허무감에서
내 몸을 만져보며 확인을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인생에 대한 깊은 사색보다는
주어진 본능대로
먹고자고 마시며..
그냥 살아지는대로
일생을 편하게 살아왔다.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나를 가만히 들어다 본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쓸쓸함인가, 아니면
허무라는 덩어리로
가득할 뿐인가?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이제 마음을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하라는 의미가 아닌가.
신발을 벗어서
가만히 들어다 본다.
구겨지고 닳았다.
참으로 먼 길을 걸어왔다.
세밑이다.
다시 한 번 깊은 생각에 잠긴다.
"왔으니 가야한다."
-피고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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