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이야기
장맛의 결정은 메주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나라의 기후는 좋은 장을 담글 수 있는 메주를 자연발효 시키기에 안성맞춤이다. 메주란 콩을 무르게 삶은 뒤 찧어서 그것을 뭉쳐 띄워 말린 것으로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여러 장류의 원료가 되는 것이다. 추운 겨울 김장과 함께 한 집안의 음식행사 였던 메주는 온 집안을 구수한 냄새로 가득 퍼지게 했다. 그러나, 완제되어 있는 간장, 된장, 고추장의 등장으로 메주의 모습을 점차 보기 힘들어졌고 현대인의 뇌리에서도 메주란 존재가 잊혀져 가고 있다.
우리 민족의 전통 식품으로 이어져온 장류의 건강 효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현대에 들어 첨단 시설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된장이 항암 식품, 성인병 예방 식품으로서 훌륭한 가치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늦가을부터 익혀온 메주를 이용해 된장을 만드는 시기는 음력 정월에서 3월 초순으로, 대개 대보름을 전후해서 담근다.
불과 이십여년 전 만하더라도 이맘때면 집집마다 메주를 손질해 장 담글 준비로 아낙네들이 몹시 바쁠 때였다.
또한 가장 좋은 길일을 택해 장을 담갔고, 금줄을 쳐 임산부나 병약자 등의 접근을 금지함은 물론, 고사상을 차려 부정을 예방하는 등으로 장 담그는 것은 집안 대소사의 하나였다.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화봉리에 자리잡은 서일농원. 처음 찾는 이들은 육천여 평 땅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이천여 개의 전통 옹기들을 보면 옛 정취가 물씬 풍겨남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는 일명 ‘된장 박사’로 불리는 서분례 씨 55세가 있다. 원래 여행업을 하고 있던 서 씨는 11년 전부터 현재의 농원 터에 콩을 심고 장을 담아 양로원 등 주변의 어렵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봉사해왔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영양 있는 된장을 불우한 이웃 사람들에게 맛보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중앙대학교, 충북대학교 등과 산학협력을 통한 공동 연구 협약을 맺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청국장을 이용한 햄버거와 멸치된장, 송이버섯 장아찌 등을 개발, 수출하면서 우리의 장류를 널리 알렸다. 전통 식품 분야에서 벤처 산업인으로 인정받은 서 씨는, 지난 99년 신지식인으로도 선정되어 된장 등의 장류를 만드는 산업도 ‘벤처 업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콩, 물, 소금, 장독, 전통 방식의 5 대 필수 조건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된장은 수입콩 이외의 잡곡을 혼합해서 만든다. 그런데 최근 수입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전자 조작콩이 환경 호르몬으로 인해 인체에 유해하다는 논쟁이 불붙고 있다. 거기에다 제조 기간이 짧아 발효에 이용되는 미생물도 전통 장류와는 다르다.
이러한 점을 안타깝게 여기는 서 씨는 “콩 국산콩, 물 청정수, 소금 천일염, 장독 숨쉬는 옹기, 전통의 방식으로 만드는 정성 등 다섯 가지가 과거 어머니들이 만들던 전통 장맛의 필수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된장은 우선 메주부터 잘 쑤어야 빛깔이 고우면서 장맛도 입에 감친다. 메주는 콩을 수확하고 한 달 이내에 만든다. 서일농원에서는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콩 삼백 가마를 장작불만을 사용, 전통 가마솥에 삶는다. 장작불은 가스 불이 흉내낼 수 없는 ‘뜸들이기’가 가능하여 질 좋은 메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주는 된장의 깊은 맛과 연관되는 단백질 분해 효소를 분비하는 성분을 가진 볏짚으로 싸서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말리거나, 볏짚을 깐 훈훈한 곳에서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된장 발효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숯
청정수와 천일염, 옹기 또한 장의 맛을 좌우한다. 서일농원에서는 지하 150미터에서 뽑아 올린 천연 암반수를 사용한다. 그리고 소금은 일 년 중 가장 햇볕이 가장 강한 유월에 거둬들인 서해안 천일염을 구입, 간수 소금으로 결정되지 않은 바닷물가 다 빠지는 기간인 삼 년동안 창고에 쌓아 둔 소금만을 사용한다.
간수가 남아 있는 소금을 사용하면 장맛이 쌉쌀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의 조상들은 장 담글 항아리는 미리 살균하는 지혜를 보였다. 서 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숯에 꿀을 발라 벌겋게 불에 달궈 옹기에 넣고 뚜껑을 덮으면, 숯연기와 꿀 향이 옹기에 배어 살균 작용이 되고 항아리 안의 냄새가 없어집니다.”
살균된 항아리에 소금물과 메주를 넣고, 그 위에 대추 자손의 번창을 의미, 고추 살균 작용를 얹는다. 이때 메주는 소금물 위로 약간 뜨면 적당하다. 이후 중요한 과정이 있다. 숯이다. 된장의 발효에는 미생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발효를 돕는 미생물이 없으면 된장은 부패한다. 숯은 1천분의 1밀리미터의 수많은 미세한 구멍을 가지고 있어, 곰팡이같이 덩치가 큰 미생물은 숯에 기생을 못하고 유산균들이 구멍에 서식한다. 이 유산균이 메주의 발효를 도와 된장이 되는데 일조를 한다.
‘ 장은 묵을수록 좋다’
옹기에 담겨져 있는 장을 숙성시키는 기간은 대략 70∼80일. 장이 잘 발효되면 간장과 된장을 가르는데 검게 우러난 물이 간장이고, 흐물흐물 풀어진 메주가 된장이 된다. 풀어진 메주를 다른 옹기로 옮기고, 그 위에 소금을 얹고 뚜껑을 덮어 햇볕이 잘 들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2년 이상 숙성시켜야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전통 장이 된다.
광명단을 발라 구은 시중의 항아리는 인체에 유해하고 제대로 발효되지도 않는다. 이와는 달리 전통 옹기는 미세한 숨구멍을 통해 밖의 공기를 적당히 흡수하고,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기능이 있다. 서 씨는 판매용 그릇도 플라스틱이 아닌 무공해 옹기에 담는 것만을 고집한다.
옛말에 ‘장은 묵을수록 좋다’고 했다. 그래서 최소 2년 이상의 오랜 숙성 기간을 거친 뒤에야 상품으로 내놓는다. 현재 서일농원에서 판매하는 된장은 2년 전인 99년에 담근 것이다. 서 씨의 우리 된장 사랑은 끝이 없다.
“고구려 벽화에 보면 항아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때부터 장을 담가 먹었다는 증거지요. 음식 문화는 곧 그 민족의 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유의 전통 식품들이 값싼 수입 농산물로 만들어지는 인스턴트 식품으로 변하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입니다.”
'건강 교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김치 이야기(역사) (0) | 2010.06.20 |
---|---|
[스크랩] 김치 이야기(효능) (0) | 2010.06.20 |
[스크랩] 청국장, 노화방지 + 항암 + 다이어트 효과 (0) | 2010.06.20 |
[스크랩] 자연이 길러낸 건강 보약/발효식품 (0) | 2010.06.20 |
[스크랩] 우리나라 청국장은 세계의 영약(靈藥) (0) | 2010.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