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코헛사상의 고전적 토대
- 코헛사상의 이론적 기초가 된 고전적 프로이트 이론에 관하여 코헛이 시카고 정신분석 연구소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소개함.(1958-1960년대 후반, 2년 과정의 강의 개설)
◉ 교육과정 ; 첫 해
1. 서론
- 프로이트의 작업에 대한 그의 논의는 프로이트 이후에 계속 발전해온 정신분석 사상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정신분석 이론은 정신분석학회에 속한 몇 사람이 시사하는 것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함.
2. 정신분석학의 역사
;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은 세 단계를 거쳐 발전함.
- 첫 단계 ; 1890년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환자였던 안나 오가 조셉 브로이어(Joseph Breuer)에게 치료를 받았던 시기로, 후에 그녀는 프로이트의 환자가 되었고 ‘자유연상’의 발견에 기여함. 프로이트의 기본 사상을 발전시킨 시기. 원본능의 주제인 무의식과 유아 성욕을 강조함.
- 두 번째 단계(1920-37) ; 구조적 관점에 관심이 집중됨. 삼중구조(원본능, 자아, 초자아) 이론을 중심으로 이들의 상호관계에 대해 연구함.
- 세 번째 단계(1937년 이후) ; 이론을 확장시켜 자아에 관한 이론을 전개한 시기로 정신분석학의 관심이 자아에 집중된 자아 심리학의 시기. 자아 그 자체가 구조로서 탐구되고 자아의 기능과 방어기제가 주된 관심의 대상이 됨.
3. 정신을 조직하는 원리들
- 코헛은 프로이트가 복잡한 심리학적 자료들을 조직화하기 위해 5가지의 조직원리들을 어떻게 발전시켰는가를 다룸.
- 5가지 조직 원리 ; 다양한 수준의 정신적 기능들을 위계화하는 원리, 역동적(dynamic) 관점, 지형론적 관점, 심리 경제적 관점, 발생론적 관점.
- 강의 첫해에 프로이트가 아직 구조적 관점을 발전시키지 못하여 구조적 관점은 생략됨.
1) 역동적 관점
- 코헛은 조직원리에 관한 논의를 역동적 관점에서 다루었는데, 이는 역동적 관점이 프로이트 심리학의 중심 개념을 이해하고 논의하는데 유용하기 때문임.
- 역동적 관점은 의식적 사고에서 인식되지 않는 마음의 부분 즉, 소망, 기억, 환상, 금지 등과 같은 정신적 현상들을 담고 있음.
- 프로이트는 마음이 갈등으로 향하는 내재적 경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대되는 세력들간의 충돌은 프로이트 이론에서 중요한 요소임.
- 심리적 역동성은 의식적 사고를 통해 알 수 없다는 것이 프로이트 이론의 핵심이며, 이는 무의식 체계(the System Unconscious)라는 영역에 담겨 있음.
- 무의식 체계 안에 담긴 내용은 개인에게 욕동(drive)의 힘으로 경험되며, 프로이트는 정신의 내용들을 ‘욕동들’의 표출로 간주함.
- ‘갈등’ 개념에 대한 논의 ; 당시 북미 정신분석학자들에게 갈등이 중심개념이었고, 코헛사상을 개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필요함. 프로이트는 자신의 이론에 학문적인 공신력을 부여하기 위해 생물학과 물리학의 개념을 빌려 옴. 마음이란 힘을 처리하는 기계적 장치이고 이러한 힘들은 에너지를 갖고 있으며, 에너지의 흐름이 막히면 그것을 풀려나게 하기 위한 압력이 생겨난다. 한편, 다윈의 생물학적 가설을 적용하여 두 개의 본능이 인간 행위에 대한 에너지와 동기를 부여한다고 유추하였는데, ‘성적 본능’은 종족을 보존케 하며 ‘공격 본능’은 자신을 보존케 함. 코헛은 생물학적 원리를 정신분석학에 적용시킨 것을 비판하였고(1959), 그의 삶과 연구에서 이를 더욱 강조.
- 프로이트의 이론은 ‘본능이론’ 또는 ‘욕동이론’ 이라고 불림 ; 본능이 인간 경험에 동기를 부여한다고 보았으며 이 두 용어는 동기에 대한 생물학적 근원을 암시함. 욕동과 관련된 에너지를 개념화하기 위해 ‘리비도’ 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고, 두 가지 형태의 리비도(성적 리비도, 공격적 리비도)가 있다고 봄. 프로이트는 ‘문명과 그 불만(1930)’에서 서구문명이 어떻게 성욕적, 공격적 충동의 표출을 금지했는지를 다루면서, 욕동의 공개적 표출이 서구문명의 유지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 신경증적 고통은 표출하고자 하는 욕동과 내재화된 문명의 금지들 사이에 생기는 갈등의 결과이며, 욕동과 금지 사이의 갈등을 이해하는 것이 프로이트 심리학을 이해하는데 핵심이 된다.
2) 지형론적 관점
- 마음을 지형을 설명하듯이 서술하는 관점으로 마음은 3개의 층을 이루고 있음.
* 의식 체계 ; 의식된 내용을 담고 있는 가장 외부의 층.
* 전의식 체계 ; 위의 의식 층에 접근할 수 있으며 아래의 무의식 층에도 접근할 수 있는 중간 층.
* 무의식 체계 ; 의식이 접근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가장 깊은 층.
- 프로이트는 이 모델을 ‘지형학적 모델’이라고 불렀는데, 코헛은 이 모델이 역동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한 체계와 다른 체계와의 관계를 서술하는데 유용하다고 봄. 예컨대, 꿈이나 말 실수, 망각은 무의식 체계가 전의식 체계로 침입한 결과라고 설명함.
-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전의식 안으로 침입해 들어온 것을 ‘전이’라고 불렀는데, 코헛은 전이란 용어가 매우 잘못 이해되고 사용되어 왔다고 강조함. 이후로 전이는 환자가 심리치료자와 갖는 관계의 측면을 묘사하는 개념이 되었는데, 코헛은 이를 ‘기술적 전이’(technical transference)라고 부름.
- 프로이트는 자신의 심리학을 ‘초심리학’(metapsychology)이라고 했는데, 이는 자신의 심리학이 단순한 현상학적 서술에 그치고 있던 당시의 심리학을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코헛은 프로이트가 말하는 마음의 개념과 기능을 밝히기 위한 노력으로서 무의식 체계와 전의식 체계를 세밀하게 다룸
; 일차 과정과 이차 과정
* 일차 과정 ; 무의식 체계의 정신과정. 일차 과정적 사고는 비합리적이며 꿈에서 발견되는 생각들이 해당됨. 낮 동안의 논리와 규칙이 적용되지 않음. 무의식 체계 안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의식되지 않고 오직 추론에 의해서만 알 수 있음.
* 이차 과정 ; 전의식 체계의 정신 과정. 이차 과정 사고는 합리적이며 깨어 있는 의식 상태에서 정리된 생각과 말에 해당됨.
- 금지된 무의식적 소망들이 중요치 않은 내용(‘낮 동안의 잔재’)에 부착되어, 전의식 안으로 침입하려는 위협적 소망들을 방어하는 감독자로서 기능하는 ‘억압장벽’(무의식과 전의식을 가르는 장벽)을 넘어 침입하게 되는데, 이 전이 기제는 말의 실수, 꿈, 신경증적 증상들의 원인이 된다.
- 코헛이 전이에 대한 정의를 여러 번 강조한 이유는, 이러한 정의가 분석에서의 전이 상황과 다른 형태의 정신적 내용을 표현하는 전이를 구분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 프로이트는 갈등이 두 체계 사이에 존재한다고 보았고, 코헛은 무의식 체계 안에 존재하는 씨앗들이 내부 체계들 사이의 갈등을 초래한다고 봄. ‘유아적 성욕’(아이들이 점막을 통해 느끼는 쾌감. 성인의 성욕과는 다름)은 그런 씨앗들 중의 하나이다.
- 프로이드에 따르면, 유아적 성욕은 원초적인 성적 본능에서 유래하며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소망으로 경험되는 강력한 욕동으로서 무의식 체계안에 존재함.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성은 무의식 체계의 지배적인 원리로서, 이를 ‘쾌락 원리’라고 함.
- 코헛은 무의식의 내용을 총칭적으로 ‘무의식적 소망(wish), 욕동(drives), 충동(impulses)’ 이라고 언급함.
- 프로이트 이론에서 무의식 안에 존재하는 소망은 성욕과 공격적 욕구를 말하는데, 성욕과 공격적 소망은 갈등의 씨앗임. 이성 부모와의 근친 상간적 관계를 원하는 아이의 소망과 경쟁관계에 있는 동성부모를 살인하고픈 아이의 소망에 대한 인식은 강한 불안을 야기하는데, 이런 소망이 공격의 대상이 된 부모에게서 보복, 징벌(거세/버림받을 것)을 받을 것이라는 환상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징벌에 대한 불안이 몹시 두렵기 때문에 무의식적 소망이 전의식으로 침투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어기제’가 활성화된다.
- 모든 활동(걷기, 말하기...)은 성본능의 표현으로 시작되며, 갈등을 포함하고 있는 성적 소망으로부터 자유로워야만 하는데 이런 활동들이 다시 성화될 때(sexualized), 그것들은 무의식적 소망의 파생물을 수반하고 이것은 정신장치로 하여금 방어기제를 세우게 만듦.
- 프로이트가 지형학적 이론을 사용하던 시기에는 아직 금지된 소망에 대한 죄책감을 설명해주는 정신적 대리자(agency)라는 개념을 형성하지 못했고, ‘자아와 원본능’(1923)에서 ‘초자아’ 개념을 이야기 한 후에 대리자 개념을 사용할 수 있었다.
- ‘정서적 성숙’ 개념 ; 프로이트에 의하면 성숙해 가는 아이는 환각적 소망과 실제적인 만족을 구분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과제에 직면하는데, 프로이트는 ‘최적의 좌절’ 경험(심리적 외상을 줄 정도로 너무 강하지도, 무의미할 정도로 약하지도 않은)이 소망과 현실을 구별하게 한다고 주장. 현실을 이해하고 욕구충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을 ‘현실 원리’ 라고 하는데, 이는 이차 과정 사고의 특성을 나타내며 즉각적인 욕구 해소를 추구하는 무의식 체계의 쾌락원리인 일차 과정과 구별됨.
- 최적의 좌절에 대한 코헛의 논의는 자기애의 주제에 대한 그의 초기 감수성으로부터 온 것임 ; 최적의 좌절을 경험하지 못하면 비정상적인 자기애 또는 전능감을 갖게 되고, 좌절 경험이 너무 지나치면 무의식과 전의식을 구별하는 것이 어렵게 되어 자기애적 전능환상을 보유하도록 만든다.(p50참고)
- 코헛의 지형론적 모델에 대한 이해 ; 정신기능에는 전의식과 무의식이 있는데 이들은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고 이들 사이에는 장벽이 존재함. ‘최적의 좌절’은 무의식과 전의식, 일차과정과 이차과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별짓게 함. 과도한 또는 너무 미약한 좌절은 무의식적, 전능적, 쾌락원리적, 유아의 성적 소망을 성취하고자 하는 일차과정에의 고착을 가져옴.
3) 심리 경제적 관점
- 이 관점은 코헛이 생각하는 이론적인 개념과 임상 경험 사이를 연결시켜준다.
- 코헛은 감당할 수 없는 정서적 부담을 해소하는 정신의 경향성(강한 정서를 경험해도 손상되지 않는 정신의 능력)에 대해 관심을 가짐. 이런 경향성은 상대적이며, 외상(trauma)의 정서적 특성, 외상을 입은 시기의 발달 단계, 외상을 입은 당시 정신 건강의 정도, 외상을 입은 사람이 처한 환경 등의 영향을 받는다.
- 이 관점은 무의식의 내용에 집중하기 보다는 정서 관리와 긴장 조절의 문제를 다룸.
- 이 관점의 중심 개념인 ‘외상’은 정서가 균형을 유지하는 정신의 역량을 압도할 때 발생한다. 따라서 사건 자체의 내용보다는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정서의 강도를 의미함.
- 외상은 정신의 특성과 그 성숙 정도와 관계가 있으므로 외상적 경험의 시기가 특히 중요 ; 과도하게 자극을 받는 미숙하고 취약한 자아는 강렬한 생애 초기의 유아적 일차 사고 과정에 직면해서 초기의 많은 정서들을 차단하거나 억압한다. 외상은 항상 해당 시기의 자아의 (미)성숙 정도와 관계가 있다.
- 코헛은 외상은 객관적으로 정의할 수 없고 오직 상처 입은 사람 자신의 보고를 통하여, 또는 외상의 상태 안으로 몰입해 들어가는 공감적 관찰자를 통해서만 알려질 수 있다고 보았는데, 공감에 대해 강조한 이러한 견해는 그의 임상적 탐구 방법의 기초가 됨.
- 지형론적 모델을 통해서 본 외상의 경험 ; 외상 경험은 전의식 속으로 통합될 수 없다. 강렬한 외상은 감당될 수 없으므로 무의식에 차단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감당될 수 없는 경험들을 무의식 안에(그 내용이 무엇이든지) 차단하는 것을 ‘억압’이라 함.
- 정상적 상황 아래에서 이차 과정(적은 양의 에너지를 다룸)이 일차 과정(많은 양의 에너지를 다룸)을 통제함. 외상의 본래적 성질 때문에 유아의 성적 소망은 이차 과정으로 통합될 수 없고, 억압에 의해 차단되어 무의식 속에 변형되지 않은 형태로 보존됨.
4) 발생론적 관점
- 코헛이 특정한 정신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데 사용한 관점.
- 이 관점을 통해 정신분석학은 개인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행동 패턴의 원인을 추론하고, 독특한 정신의 형태와 내용이 어떻게 해서 역사적 상황 안에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규명할 수 있게 됨.
- 코헛은 자신의 임상 경험을 통해 환경이 아동의 발달과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였고, 프로이트가 욕동을 동기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비판함. 이로 인하여 그는 북미 정신분석학자들로부터 사회학자처럼 행동한다는 공격을 받기도 함.
- 코헛이 강조한 것은 환경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경험이었고, 그 환경이 아동기의 정신 구조 발달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것(그것이 건강한가 또는 해로운가)이었다.
4. 증상 형성
- 이는 프로이트 초기 접근법의 중심적인 문제이다.
1) 신경증 증상의 형성
- 프로이트에 있어서 신경증 증상이란 전이 현상이며, 무의식에 있는 어떤 것이 전의식에 침입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인데 꿈의 형성과 유사하다.
- 프로이드는 외부세계가 무의식의 내용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거부했으나, 현실에서의 좌절 경험(사랑의 실패, 과제의 실패, 심각한 질병...)이 증상 형성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주장. 정신은 백일몽 같은 전의식적 활동의 증가로 좌절에 반응하는데, 코헛은 이런 정신의 반응이 제한적이고 융통성이 있을 경우에 그것은 현실의 충격을 약화시키려는 건강한 시도(자아가 제공하는 퇴행)로 봄. 이를 ‘드러난(manifest) 퇴행’ 이라고 불렀는데, 신경증 증상의 형성에서는 이런 회복의 시도가 실패한 채 프로이트가 ‘본 퇴행’(regression proper ; 리비도가 성숙한 지점에서 이전의 초기 발달 지점으로 철수한 상태)이라고 부르는 심한 퇴행 과정이 진행된다.
- 리비도(성적, 공격적 본능에 속한 에너지)가 발달 과정을 따라 전진하면서 리비도의 흔적들이 초기 고착 지점을 뒤에 남겨두는데, 어린 시절의 발달 과정에서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양의 리비도가 고착 지점에 남겨져 있게 됨. 이런 사람들은 건강한 ‘드러난 퇴행’의 능력이 부족하여 쉽게 ‘본 퇴행’으로 후퇴한다.
- 본 퇴행 상태에서는 현재 관계하고 있는 사람들과 현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휴식상태에 있던 어린 시절의 근친상간적 사랑에 대한 퇴행적 관심이 되살아남. 전의식 체계는 무의식 체계에서 나온 정신 내용의 침입으로 인해 위협을 받게 됨으로써, 억압에 의해 유지되던 경제적 균형이 흔들리게 되는데 프로이트는 이런 경제적 불균형 상태를 ‘실제(actual) 신경증’ 이라 불렀고, 이를 신경증의 핵심이라고 생각함.
- ‘실제 신경증’은 ‘이차 과정 체계’(전의식 체계)를 위협하는 심리 경제적 불균형의 결과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신경증 증상의 형성은 불안으로부터 전의식 체계를 보호하려는 정신의 시도임. 만일 근원적인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신경증 증상이 없어지게 된다면 불안은 다시 나타난다.
- 증상 형성 과정의 마지막 단계는 타협의 과정으로, 한 가지 증상이 형성되는 것은 금지된 무의식의 욕동과 이에 반대하는 무의식의 힘 사이의 타협의 결과이며, 이 타협은 전의식 체계 안에서 일어나며 실제 증상의 원인이 된다.
2) 정신증 증상의 형성
- 프로이트는 후기에 ‘더 깊은 층의 정신병리’에 관심을 보였는데, 정신증 증상의 형성시 나타나는 퇴행은 신경증 증상의 형성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고 주장.
- 신경증이 유아기의 근친상간적 대상에게로 퇴행하는 것과는 다르게, 정신증의 퇴행 현상은 대상에 대한 리비도적 애착(attachment)이 없는 대상 확립 이전의 상태로 이동함. 이 상태는 대상에 대한 무의식적 애착이 상실된 상태인데, 코헛은 대상 없는 고착 지점으로의 퇴행은 성격을 위협한다고 보았다. 왜냐면, 현실을 벗어난 로빈슨 크루소조차도 그가 경험했던 대상에 대한 느낌을 통해서만 자기 자신에 대해 느낄 수 있고, 내적 대상과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가치감, 소멸감, 허공을 방황하는 표류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 심각한 퇴행은 ‘건강 염려증’(hypochondria)을 야기하는데, 이 증세는 대상을 추구하는 리비도가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어서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삼은 상태(대상 부재 상태의 경험을 표현하는 개인의 정신증적인 시도)로, 이런 정신증적 퇴행상태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신체가 파편화되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점점 사라져 버릴 것 같이 여겨짐. 코헛의 관점에서 보면, 상실된 것은 몸이나 외부세계가 아니라 내면의 중심 대상이다.
- 정신증적인 개인은 감당하기 힘든 자기애적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무의식의 내적 대상과의 접촉을 시도하며, 이러한 회복을 위한 시도(예; 신조어nelogism 의 창조)는 정신증적 증상 형성을 야기함. 신조어는 무의식 대상이 전의식의 상징인 언어와 연결되지 못하고 실패한데 따른 결과이다. 즉, 언어는 더 이상 상징적 연결 기능을 갖지 못하고 언어 자체가 유희와 애정 대상이 된다.
- 코헛은 정신증 증상의 형성을 대상과의 접촉을 회복하려는 비교적 건강한 시도이자, 압도적인 심리 경제적 불균형을 다루는 가장 효과적인 시도로 보았다. 이는 당시 북미 정신분석가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던 관점(; 정신증적 증상은 무의식의 유아적 욕동과 그것들의 파생물을 드러내는데 장애물이 된다)과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3) 공포증(phobias)
- 오이디푸스 공포증이 신경증의 핵이라면 전 오이디푸스기의 공포증은 정신증의 핵이다. 왜냐면 전 오이디푸스기의 공포증에서 욕동에 대한 통제는 미숙하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 새롭게 형성된 구조의 허약성(fragility) ; 새로 형성된 구조들은 아직 안정적으로 확립되지 못했거나 정신 구조 안에 통합되지 못했기 때문에 외상에 취약하며, 외상의 정도는 정서를 관리하는 구조의 역량에 따라 상대적으로 나타난다.
- 윙윙거리는 벌 소리에 겁먹은 두 살 아이의 사례로 전 오이디푸스기의 공포증을 설명함 ; 아이가 느끼는 공포는 새로 획득된 방어기제를 뚫고 나온 통제되지 않은 욕동의 위협 때문이다. 이 욕동은 바깥 세계로(벌이 윙윙거리는 소리) 투사되어 아이는 그것을 위험한 것으로 경험하는데, 코헛에 의하면 이 때 아이에게는 자신을 안정시켜주고 욕동 통제가 보장된다는 확신을 느끼게 해줄 부모가 가까이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에게 부족한 심리적 기능을 부모가 제공한다는 코헛의 견해는 후에 ‘자기대상’ 개념으로 발전하게 된다.
- 신경증적 공포증에서는 금지된 욕동의 파생물이 억압 장벽을 넘어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반면에, 전 오이디푸스기의 공포증에서는 불안정하고 파편화되는 자아의 부분들이 투사되는 현상이 발생함.
◉ 두 번째 해의 수업내용
- 프로이트가 1923년에 발표한 ‘구조 이론’에 관한 내용에 집중.
- 구조이론에서는 정신을 자아, 원본능, 초자아의 구조로 구별하는데, 코헛은 프로이트가 구조이론을 형성하게 된 것이 전이에 대한 관심보다 자기애(자기에게 리비도가 투자되는)와 정신증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게 된 결과라고 봄. 자기애적 병리와 정신증에서 지형론적 모델을 가지고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임상 현상들을 발견하였고, 심각한 정신 병리의 연구를 통해서 자아의 기능을 고찰하게 되었으며, 이는 구조이론의 발달로 이어짐.
- 코헛은 슈레버(정신증적 증상으로 고통을 겪은 판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자기애적 관점에서 본 정신증의 증상 형성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함 ; 프로이트는 슈레버가 대상에 대한 애착이 부재한 자기애적 상태로 퇴행한 것으로 보았고, 대상 애착에 대한 발달의 연속선을 대상 부재의 자기애적 상태에서 시작하여 독특한 성격을 소유한 대상을 사랑하는 대상 사랑의 상태로 이동하는 과정으로 설명함.(p66, 도표 2.4)
- 프로이트 모델에서 ‘퇴행’은 연속선을 따라가는 움직임이 역전될 때 일어나며, 동성애는 대상 사랑에서 자기애로 퇴행하는 길목에 존재하는 일종의 간이역으로서, 그 대상이 자기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대상과 연결하려는 회복의 시도이다. 정신증은 동성애보다 더 멀리 퇴행한 것으로 자기애적 대상 부재의 상태로 이동해 간 것이다 (; 코헛의 이해- 정신증의 증상 형성은 퇴행이 유아적 대상을 넘어 대상 추구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던 초기의 자기애적 상태에로 이동할 때 일어난다)
- 코헛은 모든 퇴행이 같은 것이 아니고 신경증과 정신증 둘 다 비슷한 증상 형성을 보이기 때문에, 퇴행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퇴행의 잠재적 성질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라고 보았다. 즉, 그 행동이 무엇을 보호하고 있는 것인지(대상 리비도의 추구를 보호? 대상 부재 상태로의 퇴행 보호?)가 신경증과 정신증 구별에 중요하며, 이것에 의해 퇴행 상태의 임상적 관리가 이루어짐.
1. 구조 이론과 삼중구조 모델
- 프로이트는 삼중구조 모델에서 자아, 원본능, 초자아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이전에 ‘억압장벽’에 부여했던 감독기능을 ‘초자아’라는 구조에 부여함.
- 코헛은 원본능의 공격적인 힘보다 자아의 억압적인 힘을 강조함.(p68, 도표 2.5)
2. 중립화된 비-전이(non-transference) 영역
- 코헛은 삼중구조 모델에서 원본능과 자아가 억압장벽에 의해 분리되어 있지 않은 영역(전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분리되지 않은 부분) 존재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함. 이러한 비-전이 영역에 대해 프로이트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나, 코헛은 비-전이 영역이 갖는 잠재적 의미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비-전이 영역을 ‘최적의 좌절’(갈등이 없는 비성화된 desexualized 구조와 기술을 증가시키는데 필요한 경험)이 일어나는 정신의 영역으로 개념화함.
- 부모가 배설물을 뭉개면서 놀고 있는 아이를 다룰 때, 다른 대체물을 제공하면서 부드러운 태도로 다른 행동 양태를 가르치게 되면 그 아이는 자신의 욕동을 탈성화하는 능력을 발달시키게 될 수 있는데, 이는 감당할 수 있는 좌절경험으로서 자녀의 성장을 돕는다. 반면에, 불유쾌한 행동을 뿌리뽑고 통제하기 위한 시도로써 혹독하게 반응한다면, 최적의 좌절 경험이라기 보다는 외상이 된다. 이런 외상이 되는 좌절 경험은 억압된 욕동이 되고 정신병리의 증상을 위한 씨앗이 된다.
- “충동의 중립화나 탈성화는 부모가 아이의 공격성을 사랑스럽게 대해주었을 경우에 발생한다.” 욕동을 자아의 조직으로 만드는 과정인 ‘중립화’는 부모가 아이의 공격성을 사랑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아이가 동일시함으로써 얻어진 결과인데, 아이는 동일시를 통해 차츰 자신의 격노에 대하여 부모가 했던 것처럼 확고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양식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격노에 격노로 반응할 경우에, 아이는 부모의 반응양식을 동일시하여 자신에 대해 혹독하고 가학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 억압이나 다른 방어기제는 이런 역동성을 억압 장벽 아래로 밀어내어 중립화가 일어나는 영역인 비-전이 영역으로부터 멀어지도록 한다.
3. 초자아
- 초자아는 아동이 좌절 경험을 주는 중요한 사람의 도덕적 측면을 '내사'(introjection) 또는 '받아들임'(taking in)으로써 형성됨.
- 대상의 상실에 이어 내사된다는 개념은 프로이트와 코헛 모두에게 중요하며, 이 개념은 후에 코헛의 ‘변형적 내재화’(transmuting internalization) 란 개념을 발달시키는 기초가 됨.
4. 자기애의 발달 과정
- 코헛은 비-전이 영역에 대한 관심을 기초로 해서 자기애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킴.
- 코헛의 가설에 의하면, 자기애는 일차적 자기애에서 시작되어 프로이트가 주장한 대상 사랑이 아니라 초자아에 속한 자아-이상에서 절정에 이르는 발달과정을 거친다.
- 자아-이상이 갖고 있는 고양된 특성은 아이가 가졌던 최초의 자기애가 재투사되는 데서 기인하는데, 아이는 최초의 자기애를 부모에게 투사한 후에 그것을 수정하여 내사함으로써 자아-이상을 구성한다.
- 자아-이상은 ‘부모를 통한 경로’(passage through the parents)라는 특별한 방식을 따라 ‘수정된 자기애’다. 중립화된 초자아 구조의 발달은 아이의 자기애가 부모를 통한 경로를 거치는데 달려 있다. 만일 부모의 요구가 타당하다면, 아이가 자신의 자기애를 재-내사할 때 그 자기애는 전보다 더 중립화되어 돌아올 것이다. 반면에, 부모의 자아-이상이 대체로 중립화되지 못한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면 아이의 자기애는 중립화되지 못하고 수정되지 않은 형태로 재-내사 될 것이다. 이 수정되지 않은 자아-이상은 통제할 수 없는 구강기적 욕구를 드러내고 타협할 줄 모르는 완벽주의적 태도를 갖게 된다.
- 코헛이 사용한 ‘부모를 통한 경로’란 용어는 나중에 그가 소개할 ‘변형적 내재화’란 개념을 미리 예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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